사천진 해변

할 수 있을까 서핑?

by 묘선

그다음 해(2023년) 서핑샵에서 알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작년 서핑샵에서의 감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바다가, 서핑이 좋아서라기보다 서핑샵의 분위기가 좋아서 내 여름방학을 바다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 증거로 난 내가 가는 바다가 어딘지도 모른 채 단지 서핑샵이라는 이유로 알바에 지원했다. 강릉에 위치한 포이푸서프였다.


사천진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카페 겸 서핑샵이었다. 그 해변에는 딱 3개의 서핑샵이 있다. 서핑의 메카로 유명한 양양의 해변 앞엔 몇 십 개의 서핑샵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매우 조용한 스폿이다.

조용하지만 예쁜 바다다. 오랜 시간 보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동해바다 중 제일 예쁘다. 앞이 뚫려 있었기에 카페에서 일하는 내내 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물론 뚫려 있다는 건 에어컨 바람이 가득 찬 실내 같은 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달을 서핑샵에서 보냈지만 실제로 서핑을 한 날은 그리 많지 않다. 거의 매일 바다에 들어갔지만 파도가 있었던 날이 며칠 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원래 여름철 동해바다에는 태풍이 아니고서는 파도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지구과학을 배운 사람들은 여름철 동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을 떠올려 보시라. 일본이 모든 파도를 막고 있다!)

그곳에서 배운 건 서핑보다도 바다였다. 일 년에 한두 번 바다를 찾을 때는 바다가 매일 다르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다. 파도의 높이도, 바람의 방향도, 심지어 해저의 모양까지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람과 조력, 기후에 따라 어제는 파도가 없어서 지루하게 떠다니던 곳에서 오늘은 머리 높이의 파도가 나를 덮칠 수도 있었다.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날이면 이때다 싶어 많은 서퍼들이 조용했던 바다를 채운다. 금세 북적북적한 라인업(바다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구역)이 만들어진다. 바다는 매일 한 자리를 지키는 건물들 사이에서 지내온 내게 낯선 것이었다. 그제야 한 번도 제대로 바다를 마주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 나는 바다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 한 달을 바다 앞에서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는지는 몰라도, 다행히 바다는 그런 나조차 매료시킬 정도로 엄청난 곳이라서 제대로 마주한 다음엔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 날이 기억이 난다. 호수 같은 바다 위에 누워 심심하게 수평선을 보던 아침, 적당히 예쁜 파도가 들어오고 있어서 '한 파도만, 한 파도만 더' 하다가 어둑해져서야 아쉬움을 안고 퇴수 했던 일몰. 그런가 하면, 운 좋게 들어온 태풍파도에 신나게 나가서는 종일 파도에 얻어맞기만 한 날도 있었다. 그날의 파도는 유난히 내게만 쌀쌀맞게 느껴져서, 라인업까지 나가는 시간이 힘들고 서러워 울음이 턱끝까지 차올랐었다. 그 하루를 구원한 건 파도 하나였다. 해 질 녘이 되어서야 탔던 파도 위에서의 몇 초가 그날을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었다.


처음으로, 서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