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징역 1년, 2년은 별것 아닌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케이스들이 뉴스에 나오니 그런 탓도 있겠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징역3년이하는 가벼운 형량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실제로 법정에서 선고받고 끌려들어가는 피고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징역형이 얼마나 무거운 형량인지 몸소 깨닫게 된다. 오늘은 굳게 집행유예가 나올거라 믿고 있다가 법정구속을 당한 김기영씨 얘기를 해볼까 한다.
김기영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0대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 나이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젊을 적에 음주운전으로 몇번 단속이 된 전과가 있었다. 그 중 한 번은 음주 뺑소니였는데, 다행히도 피해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합의 끝에 잘 무마했었다고 한다.
"변호사님. 제가 20년 넘게 아무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단속이 돼서..."
이번 단속은 기영씨 입장에선 꽤나 억울했다. 그는 밤에 술을 마시고 차에서 잠들었고, 그 다음날 새벽에 술이 깼다고 생각해서 운전을 하다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콜농도도 퍽 낮은 편이었다.
그는 경찰에게 한번만 봐달라고 실갱이를 펼치다, 자칫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리하겠다는 엄포를 듣곤 한발 물러선채 겸허히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그는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어 공판으로 넘겨진 것이었다.
"일단 이 사건은 피해자도 없고 해서... 피고인 입장에서 해볼수 있는건 양형자료를 잘 준비해보는거네요. 가족분들 탄원서 잘 준비해주시고요."
"설마 실형 나오진 않겠죠?"
"제가 확신을 드리긴 어렵죠"
나도 그가 징역형이 나올 것 같진 않았지만, 변호인은 확신을 가져서는 안되는 법. 게다가 과거와 달리 최근 법원은 음주운전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었기에 보수적으로 답변했다.
"그래도... 한 몇프로 정도 예상하세요?"
그런데 끈질긴 물음에 어쩔수 없이 난, "집행유예 가능성을 높게 보곤 있습니다만, 확신하긴 어렵습니다"라고 답변하고야 말았다. 추후 어떤 선고가 내려질지도 모른채...
판결 선고를 들으러 갈땐 보통 변호사는 동행하지 않는다. 다만 피고인은 대개 반드시 출석해야한다. 형사는 그날 바로 법정구속이 될수도 있기 때문에 민사와 달리 출석하라고 하는 것이다.
기영씨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안경을 끼고, 시계를 차고, 법원에 출석했다.
기영씨 앞 순서의 피고인들은 모조리 집행유예를 받았다. 왠지 느낌이 좋다.
"김기영 피고인. 이리 앞으로 나오세요."
이제 그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다소 떨리면서도 '에이 설마'하는 마음으로 피고인석에 서서 판사의 주문을 듣는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
어? 여기서 끝나면 안되는데?'단,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는 말이 나와야하는데 판사의 입에선 다른 말이 나온다.
"피고인은 구치소에서도 바로 항소할 수 있으니 절차 안내 받도록 하세요. 경위를 따라 가시면 됩니다."
법정경위 두명이 기영씨 옆을 에워싸더니 어디론가 데려간다. 시계와 안경도 압수 당했다. 안경은 색깔이 들어간 렌즈라 구치소에서 소지가 안된단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아내는 여보여보 하며 울부짖다가 경위가 가로막는 바람에 나자빠진다.
나도 처음엔 납득이 어려웠다. 나중에 받아본 판결문에는 그가 과거에 저지른 음주뺑소니, 전과 등을 고려했고, 반면 유리한 사정으로 20년동안 재범하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유리한 사정보다 그의 과거 범행이 더 중하다고 보아 법정구속을 결정한 것이다.
그의 과거가, 20년전 일이 그를 법정구속되게 만든 것이었다.
지금도 그런 범죄가 있을지 모른다. 옛날의 음주운전처럼, 지금은 가볍게 처벌하지만 나중에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중한 범죄로 다스려질 범죄가. 그때가 되면 철없던 시절 받았던 벌금형 등이 하나하나 전과로 남아서 징역형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