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항상 어둠처럼 따라오는 문제가 있다. 바로 형사 사건이다. 요즘 시대에 누가 맞고 사냐고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 속에서 살아간다. "나였으면 진작에 이혼했을 텐데"라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이혼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상담을 온 여성은 거의 20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 남편이 술만 마시면 난폭해지는 바람에 그녀는 항상 그의 기분을 살펴야 했다. 상담실에서도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를 보며 나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달 전,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112에 신고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멍과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20년 동안 여러 차례 경찰을 부르기도 했지만, 남편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요?"
그 한마디에 담긴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녀는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을 잃고 아이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런데 왜 이제야 이혼을 결심한 것일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이제야 오셨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딸이... 내가 맞는 걸 봤어요."
이혼을 결심한 이유는 딸 때문이었다. 어느 날 밤, 남편이 집에 들어와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관계가 틀어진 그녀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자 남편은 도리어 화를 내며 "다른 남자가 생긴 것 아니냐"며 칼을 들고 그녀를 위협했다. 칼을 휘두르는 남편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딸은 처음이었다. 그날 밤, 스무 살 된 딸은 아빠가 엄마를 무참히 때리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112에 신고한 것도 딸이었다.
그녀는 딸의 눈에서 두려움뿐만 아니라 일종의 혐오감을 보았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왜 저렇게 사나'. 딸의 강력한 이혼 요구에서 용기를 얻은 그녀는 딸 앞에서 당당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즉시 이혼 소송을 준비했다. 가사 소장을 접수하고, 남편이 집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신청을 했다. 형사 사건은 이미 경찰이 특수폭행으로 남편을 입건한 상태였기에, 우리는 그가 더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남편은 순종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내가 법적 대응을 시작하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접근금지 명령을 지속적으로 어겼다. 결국 그는 구치소에 감치되었다.
구치소에 있는 남편이 반성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분노와 원망 속에 있을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들을 살펴보면,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아내를 탓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녀와 딸은 여전히 남편이 구치소에서 나와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남편의 변화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사건이 끝나더라도 그녀들은 이사를 하고 휴대전화를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다. "아름답게 헤어지자". 폭력이 수반되는 순간, 그 결혼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된 두 사람 모두에게 깊은 상처만이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