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Dec 05. 2016

나의 우주

"너의 우주를 닮은 하늘이 되어간다"

#일곱 번째 글


사람은 한적한데 차는 참 많이도 다니는 동네, 어느 넓고 긴 길이 있다.

발걸음을 하루 종일 채워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길을 유난히 걷고 싶은 날이었고,

때는 아직 춥지 않던 가을의 중간이었기에 가벼운 차림으로 

그 길가를 걸었다.


시간은 하루를 마무리 지어가는 어귀를 흐르고 있었고, 시계를 보았는지

태양도 뉘엿뉘엿 오늘 하루 내놓은 빛을 거둬가고 있었다.


햇빛을 마중 나가듯 구름을 길게 늘어뜨려 태양 근처를 배회하는 모습은

아주 넓던 교차로의 중간, 섬처럼 떠 있는 인도 위에 멈춰 서게 하고 말았다.

우주가 이보다 더 장대할까

햇빛이 꺼질 때까지 한동안을 그 섬에 가만히 서 바라보았다. 이 우주의 끝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었다.


하늘은 우주를 닮아 있었다. 태양이 뿌려 놓은 빛은 별이 되고, 퍼진 구름은 행성이

은하가 되어 '우주'라는 하늘을 배회한다.


자신이 '하늘'의 주인이라 믿었던 하늘은 그저 닮아 있었던 것뿐이었다.

'우주'라는 큰 것을,


사람 또한 그렇다. 모든 중심은 자신이라 여긴다. 모든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의 책임까지도

내 것인, '우주' 그 이상의 삶의 '주인'이라 여긴다.


허나, '사랑'은 그것을 간단히 뒤집는다. 더 사랑한 쪽이 덜 사랑한 쪽에 잠식되어 간다.

내 것이던 삶이 헛돌기 시작하고. 모든 것이 더 사랑했던 만큼 그 세상에 맞춰져 간다.


내 삶, 내 것이 내 것이 아닌 것에 물들고,

너의 우주를 닮은 하늘이 되어간다.

와카레미치 (인스타그램/링크有)
매거진의 이전글 언어의 온도 - 인향人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