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송이도 귀했던 그때"
#스물네 번째 글
'옛' 그리고 '바나나'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집도 필수적으로 구비해 두는 것이 '바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제 바나나는 흔하고 흔한 사계절 식품이 되었다. 이미 그 효능은 알려진 것만 해도 무수히 많으니, 하루에 한송이를 섭취하는 것을 권장할 정도로 이젠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과일 중에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나나가 너무도 귀해 한송이가 '쌀 한말' 값을 하던 때가 있었다.
나도, 이 SNS가 익숙한 독자도 아주 어릴 적 혹은 태어나지도 않은 수십 년 전인 1900년대 중후반부의 이야기이다.
왜, 그토록 귀했을까
바나나는 열대에서 아열대의 사이, 평년기온이 10℃ 이상 되는 지방에서 재배된다. 즉,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으로는 재배되기 어려웠고, 그나마 바나나 재배 조건에 가장 근접했던 제주도에서 소량으로 재배가 되었기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수출입 또한 자유롭지 않았기에 그 값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언제부터였을까, 접하기 좀 더 수월했을 때가
1990년대부터 바나나 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입의 자율화로 바나나가 대량으로 국내로 유입되면서 서서히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오늘 날 대중적이고 저렴한 과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바나나는 어디에서
아시아 · 남아메리카 · 중앙아메리카에서 생산되며, 특히 브라질 · 인도 · 필리핀 · 인도네시아 · 에콰도르 등지 에서 많이 생산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나나는 각각 브랜드 네임을 달고 들어오는데, 바로
이 두 대기업이 바나나와 오렌지, 파인, 망고 기타 여러 과일을 직접 재배ㆍ유통을 하고 있어 이제는 소비자들이 그냥 바나나가 아닌 '델몬트 바나나' 혹은 '스위티오'라고 말할 정도이며, 이외에는 '스위트 마운틴'과 '자연 왕국' 등 기타 여러 브랜드가 자기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슈가 포인트'? '슈가 스팟?'
바나나는 수출을 할 때, 초록색의 익지 않은 상태로 수확을 한 후 각각의 박스에 비닐로 포장하여 담는데, 그 이유는 비닐로 포장할 때 숙성을 촉진시키는 '에틸렌가스'를 넣고 밀봉함으로써 유통 과정 중에 노랗게 익어 한국 소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에는 우리 입맛에 맞는 노랗고 당도 높은 바나나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제 대부분의 소비자는 검은 반점이 올라온 바나나가 당도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상식에 좀 더 살을 붙이자면, 검은 반점은 '슈가 스팟'이라 부른다. 이 슈가 스팟은 바나나가 가장 알맞게 익었을 때, 반으로 자르면 단면에 검은색 반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슈가 포인트'라고 부른다.
즉, 슈가 포인트가 생기게 되면 그와 같은 시기에 겉껍질에 슈가 스팟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바나나를 맛보다.
나의 어린 시절도 나의 지금도 이 바나나가 귀하다거나 어려운 음식이란 얘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만큼 젊은 우리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흔하디 흔한 과일이니까,
허나 참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 시대에 꽤 많은 이들의 동경이었고, 먹고자 함이 소원이던 그런 과일. 노란색의 껍질을 벗겨 내었을 때, 나무의 나이테 같은 작은 줄무늬가 겹겹이 가로로 누워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바나나는 육안으로도 그것이 뚜렷이 보인다. 한입을 베어 물었을 때, 부드럽게 으깨지는
그 맛은 참으로 좋다. 으깬 감자를 먹는 듯한 부드러움에 감자 같은 퍽퍽함은 남지 않고 입안 가득 단내를 남긴다.
바나나의 위기
현재 우리에게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바나나로는 세 가지가 있는데, 주로 섭취하는 캐번디시(Cavendish) 바나나와 요리용으로 쓰이는 플랜틴(Plantain), 몽키 바나나라고도 불리는 작은 크기의 세뇨리타(senorita) 바나나가 있다.
그런데 그중 '캐번디시' 이전에 그로 미셸(Gros Michel)이라는 바나나가 있었다. 1950년대까지 주를
이뤘던 이 품종이 그만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파나마병'(푸사륨(fusarium) 속 곰팡이가 물과 흙을 통해 바나나 뿌리에 감염되는 병 '바나나의 암'이라 불리기도 함)
이로 인해 내성이 없던 그로 미셸은 죽어갔고, 개체는 급속히 줄어들어 결국 1960년대 생산 중단에 이른다.
씨가 없던 바나나는 열매를 수확 후 밑동을 잘라내면 수개월 후 새로운 어린줄기가 자라는데 이것을
옮겨심기만 해도 바나나가 자랐기 때문에 먹기는 쉬워으나, 바나나 입장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져 전염병에 취약해졌고, 결국 멸종까지 간 것이다.
허나, 그로 미셸의 멸종으로부터 수년 후 과학자들은 '캐번디시'라는 파나마병에 내성을 지닌 신품종을 찾아냈다. 그로 미셸에 비해 여러 면에서 부족하였지만, 선택에 여지가 없었고 빠른 속도로 '그로 미셸'의 빈자리를
메꿔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980년대에 대만에서 처음으로 '캐번디시'가 파나마병으로 죽게 되었다.
'변종 파나마병'의 등장인 것이다. 결국 당시 대만에서 재배되던 캐번디시가 70%가량 사멸했다.
현재까지 파나마병의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아 바나나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종 파나마병은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호주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결국 단 한 종뿐인 식용 바나나 캐번디시 역시 멸종 위기에 노출돼버린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나나가 멸종위기에 빠졌다고?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KISTI) 일부 참고
현재 바나나 과학자들은 또다시 새로운 신품종을 찾기 위해 모색하고 있다. 바나나가 영영 멸종되는 위기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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