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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RUIT STORY

파인애플

"거북이 등껍질에 왕관을 달았나"

by 전성배

#스물여섯 번째 글


거북이 등껍질? 로켓? 야자수?


통통한 몸통에 한껏 치켜올린 날카로운 머리와 길쭉한 생김새는 마치 로켓같기도, 야자수 나무가 통통하게 살을 찌워 머리를 올린 것 같기도한 모양새. 거북이 껍지과 같은 과피와 색 노란 속살을 품고 진한 향을 뱉어내며, 한식ㆍ중식ㆍ양식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식재료로도 유명한 과일, 바로 '파인애플'

더운 날씨를 진득이 견디다.


파인애플은 연간 평균 20℃ 이상의 기후조건에서 재배가 되는 열대 과일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 다부진 모습답다고나 할까? 바나나처럼 연중 재배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남성이 입대하여 '병장'을 진급할 때쯤

결실을 맺는다. 약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진득이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는 뜻인데, 첫 수확 후에는 같은 뿌리에서 약 13개월 정도 후에 두 번째 열매를 맺는다. 약 3년가량의 시간 중 두 번의 결실, 그리고 4개월의 휴지기. 이 긴 시간을 본다면,"참 많은 시간이 쌓여 이리 멋지게 피어난 것이구나" 싶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결실을 맺고자 하는 목표, 그것을 위한 충분한 기간

어디에서 왔을까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북부가 원산지였으나, 신대륙 발견 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인들에 의해 세계 각지에 퍼져나가 현재는 하와이, 서인도제도, 말레이반도, 타이완, 일본, 필리핀, 등 기타 여러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1960년대 초부터는 국내에서도 시설 재배를 하고 있다.


'파인애플'의 다른 이름


파인애플은 영어식 표현으로 그 모양새가 솔방울과 비슷하고 사과와 비슷한 맛이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유럽에서는 다른 말로 '아나나스'라고도 한다. 이름 중 '나나스' '거북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최초에 파인애플을 세계로 이끌 때, 파인애플의 외형이 거북이 등껍질과 유사하다 하여 '나나스'라 불렀고, 포르투갈 고유 접두어 '아'를 붙여 현재의 '아나나스'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수 많이 이가 모여 하나를 이루다.


파인애플은 처음부터 그 모양을 이뤄 천천히 과실의 크기를 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까?

파인애플의 머리라 불리는 '크라운'을 떼어내 땅에 심으면 파인애플이 자란다


이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거라 생각된다. 실제 크라운만을 심어 파인애플을 재배하고 있으니, 이 말을 사실이다. 크라운을 사양토(입자가 세밀한 점토와 중간 정도의 실트, 이들보다 좀 더 많은 모래로 이루어진 토양이며, 이 조건이 파인애플을 재배하기 가장 이상적)에 심고 1년 여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보란색의 '솔방울'을 닮은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 꽃들이 자라 과육을 형성하여 각각의 '눈'이 되는데 이 눈이 백 수십여개가 모여 하나의 파인애플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이 무거운 파인애플이 꽃처럼 달려 있는 신기하면서도 웃음 나는 풍경을 만든다.

껍질에 일정한 간격으로 조각난 듯한 무늬를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파인애플을 맛보다.


푸르른 숲에 살찐 나무 하나를 잘라 갖다 놓은 듯한 날카롭고 단단한 모양새. '한 개'가 아닌 '한 그루'라 해야 할 것 같은 생김새와 작게 만드는 주문을 걸었는지 한 손에 잡힐 듯한 크기이다. 진열된 파인애플 하나를 손에 들었다. 묵직한 무게감과 단단한 표면은 안에 있는 과육까지 사과처럼 사각사각 거릴 것 같다.

어떻게 먹어야 하지?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내 행동으로 그 생각을 앞질렀다. 단단하고 곧아 아플 것 같은 입사귀(크라운)를 손으로 움켜 잡았지만, 의외로 아프지 않았다. 이내 입사귀를 돌려 떼어내니 노란 속살을 '빙산의 일각'처럼 잠깐 엿볼 수 있었다. 그 짧은 틈새에 자신의 향을 한 것 뱉어내더라.

파인애플을 세워 세로로 여러 번 나누어 껍질을 칼로 베어 나갔다. 한 번씩 베어 나갈 때마다 노란 속살을 한 꺼풀씩 보여 재꼈고, 이내 완전한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반을 갈라 가운데 심을 잘라 내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한입에 넣어 씹었다. 사각거릴 것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와 '이'가 맞닿 을 때마다 상큼함이 혀 끝에 닿았고, 달콤한 과즙이 목 뒤로 넘어갔다. 끝내 향을 남기고 입 안에서 사라졌을 때, '최고의 과일'이라 불렸던 옛 말을 이해했다.

맛있는 '파인애플'이란


"파인애플은 '후숙' 과일이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파인애플은 재배 당시 바나나처럼 덜 익은 상태로 유통하여 손실을 방지할 이유가 없다. 이미 익은 상태로 재배를 해도 파인애플 자체의 내구성이 좋아 유통에 용이 하고

보관기간도 길다. 그렇기에 파인애플의 겉표면의 색깔은 익은 정도를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파인애플을 고를 때 크라운이 시들어 있지 않고 진녹색을 띠며, 파인애플 자체가 은은하게 윤기가 나고 단단한 것이 좋다. 초록빛과 노란빛이 고루 어우러져 있는 것이 맛있는 파인이다.

'파인애플'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결실을 맺고자 하는 목표, 그것을 위한 충분한 기간" 위에 언급했던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아직 어린 청소년일 수도 나와 같은 20대일 수도 그 보다 더 성장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어느 나이를 막론하고 현재 지금 이 순간이 조급하지 않은 이는 없을 거라 생각된다. 이 사회가 우리가 사는 이곳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보다 앞선 성공을 바라니까. 그렇기에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급하게 매달릴 수도 있다.


허나, 급하면 체하지 않던가 그 만만한 밥을 먹어도, 조급함으로 인해 사랑이 튕겨 나갈 때도, 계획이 어긋날 때도.. 그러니 나에게도 지금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조급하거나 성급하거나 급한 달리기는 제발이 엉켜 넘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막연히 서둘러 가는 다른 이들을 가만히 보내어서도 안 되겠지만, 자신이 확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 속도를 좀 늦추고 차근차근 나아가도 원하는 목표에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은 마라톤이지 않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확실히 자신의 결실을 맺는 파인애플처럼 우리도 분명히 결실을 맺는다. 그러니 그 충분한 시간을 조급하게 당기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충분히 잘해 나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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