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 또한 위대하다.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까.

by 전성배

아인슈타인을 주제로 한 다큐 프로그램을 잠깐 본 적이 있었다. 수학을 싫어하던 젊은 아인슈타인이 훗날 '천재 물리학자'라 평가받으며 남겼던 수많은 업적 중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것으로 끊이지 않는 새로운 고뇌를 불러왔던 그의 증명.


시간은 상대적이며 가변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편의를 위해 칭하게 된 '단위'에 불과했고, 그저 지구에서만 한정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주 먼 우주, 먼 세상에서는 찰나일 뿐인 순간을 구차하게 늘리고 늘려 아등바등 살아간다고 보는 게 맞겠다. 시간은 사실 순간일 뿐이다. 그런데 우린 그 순간을 어처구니없게도 '회의감'같은 것을 들먹이며 감정만 소모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밤 당신이 읊조리 듯 뱉었던 그 말들에서, 그 문장과 함께 자조적인 미소를 내비치는 것을 보고 말이다.


그날은 당신이 친구들과 늦은 저녁을 먹겠다며 하루 종일 콧노래를 부르던 날이었다. 어찌나 목소리가 살랑 거리는 지, 화창한 날 구름 한 점이 내는 소리가 있다면 분명 당신과 같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제법 적지 않은 나이를 갖고 살아가는 이 이기는 했지만, 사람이란 게 간사하고 상대적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밝은 당신을 보니 고작 2~3살의 나이차에도 그저 아이 갖고 귀여워 보였다.


마냥 아이 같이 보였던 당신은 늦은 저녁 약속을 마치고 나란히 걷던 어둑한 길거리에서 나에게 말했다.


"벌써 이십 대 중반의 나이지만 특별히 이룬 게 없는 것 같아. 남들이 나아가는 행보는 발자국까지 훤한 것 같은데 도통 나는.. 물론 아직 나는 어리지, 당신에 비해서는 확실히 말이야. 하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가는데.."

"자신의 현재의 처지를 후회 혹은 의심을 하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 회의감.


시간은 상대적이나, 회의감은 절대적이다. 우리는 각자 동등한 시간의 크기와 흐름을 쥔 채 태어난다. 불의의 사고 혹은 질병에 의해 가변적일 수는 있으나, 중력을 벗어나 우주에서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은 동등하게 쥐어진 채 불변한다. 그리고 각자의 시간은 끄트머리에 있는 비극을 향해 나아간다. '죽음'이라고도 불리는 말로 말이다.


그 단어를 향해 진격하는 우리는 점차 쇠약해지는 '노화'라는 육체적 딜레마와 '회의'라는 정신적 딜레마에 빠진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 날밤 당신은 점차 자신이 쓰고 남은 시간의 찌꺼기들이 제대로 쌓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으나, 나는 그저 철없는 웃음과 말로 웃어넘겼다. 당신이 느끼는 그 회의는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느끼는 감정인만큼 나 또한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는 '우주'라는 영역의 발견이 역사, 과학 분야에서의 위대한 발견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진실'을 알게 해주었다 생각한다. 우주에서 들여다본 지구는 티끌 조차 되지 못하다는 진실. 그런 작은 곳에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미미할까. 우리가 일제히 고함을 지른다 한들 우주에 닿을 수 있을까? 우리의 피는? 우리의 숨은?


분명 중력을 못 이겨 땅 위에 고일 것이며, 산소가 없는 소리는 소리 자체가 될 수 없기에 우주로 단 한 음절도 새어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작으니까. 순간도 되지 못할 시간들을 우리는 그리 늘리고 늘려 살아갈 뿐이니까. 그렇지만 당신을 포함한 우리는 위대하다. 진실을 알면서도 이 땅에서 상대적인 시간에게 기댄 채 살아가니 말이다. 그 자체로 우리는 대단히 성숙한 생명체라 생각한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며 헤아릴 수 없는 고뇌에 빠졌던 아인슈타인만 위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주어진 모든 시간은 각자가 자신의 방법으로 값지게 보내고 있다 생각한다. 스스로 헐값을 메겨 가슴을 쓰라려할 필요는 없다. 살아 내는 것 자체 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회의는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좋겠다.


당신이 갖는 그 고뇌의 시간은 이미, 더 나은 당신을 만들 수 있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7


시詩 사진 감상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FRUIT & FOOD / ALL SENTIMENTAL / 'SI VIEW' 詩人의 리뷰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일상은 페이스북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aq137ok@naver.com

INSTAGRAM / PAGE / FACE BOOK / TISTORY (링크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과 사람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