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즐거움의 미묘한 차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 '죽은 시인의 사회'중에서
눈을 뜬 채 뱉어내는 모든 말이 격언과 명언이 되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기억에 가장 오래 남았던 몇 개의 대사 중 하나이다. 지금 이 글을 읽어 내는 당신과, 나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녀석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한다. 당신의 삶을 유지하는 근간은 무엇인지를. 당신을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를.
나는 누구든 '예쁘다' '분위기 좋다'라 말할 수 있는 가게와 장소, 시간과 풍경 모두를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서 사랑한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맞이 할 때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무게감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고의적으로 뛰어들 정도로 말이다.
나의 행복의 정의는 그것이었다. 하나, 사실 그 행복은 밑바닥에 다른 무언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란 걸 당신의 말과 또 다른 당신에게 던진 나의 질문에서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좋아하는 녀석(A)과 늦은 시간에 만났으나 딱히 갈 곳이 없어 길을 잠시 방황하고 있었다. 그날은 주말이었고 겨울이 무색할 만큼 뜨거운 밤이었지만, 우리는 조용한 곳을 더 좋아했기에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 중이었다. 그러다 나는 언젠가 길을 걷다 발견한 아담한 맥주집에 가는 것이 어떻냐며 녀석에게 물었다.
"우리 맥주 마실까"
뭐든지 좋다며 늘 나의 발걸음을 따라주던 녀석은 내 질문에 어김없이 "응"이라 답했고, 우리는 주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적한 자리에 위치한 맥주집으로 향했다. 맥주집의 내부는 살짝 어둑했고 사람 소리 하나 없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만이 매장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종업원보다 한 발 빨리, 요즘 한창 유행인 네온 글씨가 길쭉한 테이블이 위치한 벽면 쪽에 초록색과 보라색의 빛을 뿜어내며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한편에 자리를 잡고 생맥주와 음료, 간단한 안주를 주문한 다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짙은 초록의 벽지와 이질감 없이 홀의 중간을 정확히 나눈 검정 벽돌로 만들어진 펜스, 흑백의 사진 액자 몇 개와 큼지막한 바다 그림이 그려진 캠버스가 벽을 반반씩 채우고 있었다. 조명은 머리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높이로 가지런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예쁘다' '좋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앞에 앉은 녀석에게 뱉었다. 조용한 이 시간 한적한 장소에 이런 집을 발견한 것이 뿌듯할 정도로, 이곳의 예쁨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한 시간 반 동안 '좋다'라는 단어를 감탄사로 사용하며 쉼 없이 뱉어냈다. 녀석은 그 모든 추임새에 답을 하듯 호응해주고 있었다.
또 다른 한날은 또 다른 친구 한 명(B)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친한 친구보다는 조금 거리가 있던 우린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마치 서로를 탐닉하듯 질문을 쉼 없이 던졌다. 그중에서 내가 뱉었던 한 개의 질문이 나를 흔들었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언제입니까? 그리고 가장 행복한 순간은 또 언제입니까?"
나는 질문을 던진 순간 사실, 이전부터 행복과 즐거움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여겼던 터라 조금 무안해졌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은 무안함을 흩어지게 할 정도에 의외의 답을 내밀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즐겁지 재미있고 근데, 요즘은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 그냥 친구를 만나는 그 순간만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말에 그동안 간과했던 행복과 즐거움의 다름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A와 함께 했던 맥주집에서의 시간 동안 나는 진짜 어떤 감정에 잡혀 있었는 지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A와 함께 한 그날, 일말에 의심 없이 행복했다. 즐거움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 주는 감동은 그저 뇌 속 어딘가를 자극할 정도의 즐거움밖에 되지 않았다. 그 자극 점을 좋아하는 이에게 전달하고 함께 느꼈을 때, 그것이 나의 행복임을 알았다. 즉, 아름다운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와 있는 순간이 나에게 즐거움인 동시에 행복인 것이었다.
B는 두 번째를 잃었다고 말했다. 우정과 사랑이 갖는 명백한 차이점처럼 즐거움과 행복의 명확한 차이를 누군가를 잃음으로써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통해 행복까지 관철했으나, B는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야만 보다 진실한 행복을 관철할 수 있었다.
나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누군가처럼 살아가는 삶이면 충분했다. 그저 이 글을 쓰고, 더 넓은 생각이 날 수 있는 트인 장소를 찾아다니고, 웃음과 즐거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만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고, 이 사람들과 함께 이 감정을 제약 없이 나눌 수 있는 삶이면 되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B 당신도 행복하길 바란다. 삶 속 시련은 호흡처럼 지속되는 것이기에 서로의 괴로움 따위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부디 그 시련을 포용할 행복을 줄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글을 읽어내는 당신 또한 삶을 살게 하는 목표를 이어가시길. 아직 도통 알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이것은 찾아내는 게 아닌, 찾아오는 녀석이니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시길.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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