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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빌미로 상처를 입혔던 건 아닐까.

개인 혹은 국가

by 전성배

시시각각 흩날리는 검은 머릿결은 바람이 그녀에게만 불어오는 것처럼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 검은 눈동자의 진함은 어둑한 저녁 하늘 밑에서도 선명하게 색을 발하고, 온갖 사람들과 차의 소음, 냄새가 뒤섞인 거리에서도 그녀의 옷은 시발점을 정확히 짚을 수 없는 섬유향을 발향한다. 머리를 매만지는 여인의 샴푸향 같은 좋은 향이 옷깃이 스치는 내내 지치지 않고 흘러나온다. 향도 모습도 아름다운 이다.


상처 입은 이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다. 향은 대담하고 모습은 아름다웠으니까. 하나 그녀는 분명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것을 빌미로 2차 3차적 상처 입히는 일을 범하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랜 연인에게 깊은 상처를 입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 후로 자신은 매 순간 감당 못 할 폭풍우 치는 날의 부둣가에 서있다고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슬픔은 파도와 함께 자신을 덮치고, 파도에 섞인 유리 파편에 꽤나 많은 크고 작은 상처가 수시로 생기고 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요즘, 매일 같이 상처를 소독하듯 일시적인 치료가 되어 줄 이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이성과의 만남은 고통 속 찰나의 묵인을 위해서였고, 그들의 사랑은 훤한 상처를 눈 감고 무시하기 위해서 라고.


"널 만나는 그들은 어떨 것 같아"


그녀가 잘 가려둔 덕에 그녀의 상처를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저 그녀를 오늘이고 내일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말하는 이가 대다수였다.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조심스러우나, 이 상황은 명백했다. 제 앞의 위험을 보지 못하는 섣부른 행동들이다. 언제까지고 자신의 상처가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상처 입은 자의 정당방위에도 한계와 허용치가 있는 법이니까.


"그에게 받은 상처를 네가 제 멋대로 다른 이들에게 전이시키고 있는지도 몰라"

피해와 상처에는 마땅한 위로가 필요하다. 상처를 입은 자에게는 그를 아우룰 수 있는 따뜻한 말과 따뜻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상처에 크고 작음을 논하며 다투는 것은 결코 당사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리적 상처 위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것처럼, 비물리적 상처에는 그저 약과 붕대가 될 수 있는 말들 외에는 불필요하다.


상처를 대하는 제 삼자의 자세는 그거면 된다. 그 외에는 입힌 자와 입은 자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바른 약을 "물에 씻어 내냐 마냐"와 "붕대를 받냐 안 받냐"는 그들이 선택하면 될 일이다.


단, 상처 입은 자는 그 피해와 상처를 핑계로 삼아서는 안된다. 행동함에 있어 합리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은 사람부터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널리 왜곡되어 쓰이고 있다. 상처 입은 자는 마치 남을 보는 눈이 소실된 듯, 자신의 안 만을 쳐다본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나, 언제까지고 제 안의 상처만 애워싸며 타인 타국에게 갈 상처를 안일하게 여기는 걸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로하는 자 혹은 새살이 되어줄 자는 상처 입은 자를 감싸는 일에 논리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감싸는 일 자체는 그들에겐 애정에 의한 행동이며, 스스로의 윤리이니까.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상처 입고, 상처 입히는 횟수보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횟수가 더 많다. 대다수의 우리는 정당하고 공평함 성품을 갖고 있기에, 제 아픔만 나열하는 일보다 타인의 아픔을 감싸는 위치에 더 자주 선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그녀 또한 자신의 상처를 빌미로 타인을 손인하는 행위를 빈번히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상처를 핑계로 타인에게 재차 상처 입히는 일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용서받을 수 없는 보복일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상처를 빌미로 타인을 해치지 말았으면 한다. 상처가 있다면 내가 당신을, 우리가 그들을 더 따뜻이 감쌀 테니 부디, 너 혹은 당신은 그저 제 안의 상처를 돌보면 좋겠다. 화火와 핑계를 두르고 밖으로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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