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잡아먹는 향의 깻잎

들깻잎

by 전성배

토요일인 어제저녁, 가까운 친구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인원이 6명이나 되니 메뉴 선정에서 난해할 줄 알았지만, "고기 먹을까"라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모두 동의를 해주어 어렵지 않게 근처 삼겹살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다 같이 삼겹살을 먹은 지는 꽤 오래됐으니 잘한 선택이었다.


우리는 목살과 삼겹, 양념구이, 껍데기까지 돼지의 알짜배기 부위를 고루 시켜 연신 불판 위에 연기를 피워댔고, 모두 쌈채소를 좋아하는 통에 테이블 한켠에 있는 상추와 깻잎은 사라지고 채워지기를 반복했다. 향긋하고 넓적한 깻잎에 밥 한 숟갈을 크게 떠 올리고, 고기와 약간의 쌈장을 얹힌 다음 잘 여며서 입에 넣으면 그 맛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생생할 정도로 좋았다.


깻잎과 상추 같은 엽채류 채소는 조금만 시간이나도 시들해지기 쉽고, 또 그 티를 적날 하게 내다보니 고깃집을 갈 때면 고기 맛은 좋다 한들 실망할 수밖에 없는 요소중 하나였지만, 어젯저녁에 함께 했던 고깃집의 깻잎과 상추는 파릇파릇한 색과 향, 식감으로 만족감을 한가득 안겼다.


파릇파릇한 생기를 과시할수록 작은 솜털을 빳빳이 세우는 깻잎. 고기 냄새와는 거리가 먼 특유의 향을 자랑하지만, 고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전혀 다른 둘이 만나 조화로운 신상身上을 보여주는 너와 나처럼.


향이 잡아먹는 냄새


집안의 냄새를 잡기 위해 향이 좋은 탈취 제품을 뿌린다 한들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다. 되려 두 개의 냄새가 섞여 이상한 냄새로 탈바꿈해버릴 수도 있다. 짙은 화장품 냄새와 올곧은 향수의 냄새가 섞이면 두통을 유발하는 냄새로 바뀌어 버리는 것처럼. 냄새를 덮기 위해 사용된 향은 대체로 좋은 모습을 띠기 어렵다.


하지만 고기 냄새와 생선의 비릿한 향과 같은 것들에 깻잎은 특유의 풀내음으로 감싸 안아 조화로운 맛과 뒷맛까지 씁쓸한 향을 흩어지지 않게 꼭 붙잡고 맴돈다. 마치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마르지 않고 고여있는 웅덩이처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근간은 깻잎에 내포되어있는 <정유성분>때문인데, 이 향과 쌉싸래 맛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쌈채소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평하며 먹기 시작했다. 의외인 것은 깻잎이 한국은 물론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재배가 되지만 이렇게 식용으로 먹는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다.


쌉싸래한 향이 감싸는 냄새는 그 어떤 것도 다시금 매력적으로 탈바꿈시킬 정도의 마력을 지녔지만, 오직 우리만 아는 비밀과도 같은 행색이다.

우리가 먹는 깻잎


깻잎은 크게 참깻잎과 들깻잎으로 나뉘는데 엄연히 둘은 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품종이다. 우리가 보통 접하는 깻잎은 모두 들깻잎인데 참깻잎은 긴 타원형에 끝이 뾰족하고 잎이 억세기에 식용보다는 약재로 쓰인다. 들깻잎은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들기름을 짜는 들깨의 잎사귀를 말하는 것으로 들깨는 열매와 잎사귀를 모두 식용으로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작물 중 하나이다.


깻잎에는 어린아이의 솜털 같은 잔털이 굉장히 많은데 아무래도 털이 밀집되어 있으면 이물질이 부착되기 쉽기 때문에 낱장으로 하나하나 물에 담가 씻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나, 철분 함량이 월등히 높고 면역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등 이로운 점이 워낙 많으니 그 정도의 번거로움은 겸허히 감수하고 먹는 것이 좋겠다.


깻잎과 맥주


이 향긋한 깻잎이 최근 청량감과 시원함이 매력적인 맥주와 합친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년 전 주류업계에서 <순하리 유자맛>을 시작으로 과일 소주의 라인업을 선보였었는데, 이번에는 그 방향을 맥주로 틀은 듯했다.


깻잎을 맥주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홉>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맥주의 재료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홉은 맥주 특유의 쓴맛과 향을 내는데, 깻잎이 내는 그 향과 씁쓸한 맛이 홉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홉은 향과 맛뿐만 아니라 맥주의 청량감과 균 번식을 억제하며 맥주의 거품을 보다 질 높게 높이는데 굉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디까지 깻잎으로 일궈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와카레미치

하나 확실한 것은 과거 어느 프로그램에서 요리 전문가 <백종원>씨가 선보였던 라임 대신 깻잎을 사용한 모히또 레시피가 알려준 그 이색적인 향과 맛처럼, 깻잎으로 만든 맥주 또한 그만의 매력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실망보다는 만족감이 넘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사진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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