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베리

새벽녘에 만난 딸기

by 전성배

겨울의 한기가 누그러진 몇 주전 새벽, 꽃과 같은 사람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 시간까지 집을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꼬박 하루를 다 채우고 동네에 도착했다 하는 게 맞겠지만. 우리는 그 피곤한 새벽을 두텁게 입은 옷으로 한기를 제쳐가며 거닐고 있었다.


도심의 불도 새벽이 무르익어 갈 때쯤엔 모든 불을 잠시 꺼두는데, 딱 그 시간이 모든 불이 기력을 잃고 깜빡이며 죽어가던 중이었다. 그 맘 때는 도시와 농촌을 구별할 것 없이 어둠이 끈적하게 묻어 나온다. 우린 어둠 속의 마지막 생존자인 가로등 빛을 의지하며, 목적지는 오직 정해둔 시간에만 걸어둔 채 거닐었다. 그러다 마치 어두워진 산속 어딘가에 불 켜진 산장처럼 빛나는 편의점 하나를 발견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걷는 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산장으로 가 투명한 문을 열었다.


새벽 시간은 편의점 안의 상품들이 골고루 들어차는 시간이어서 인지, 평소 잘 보지 못했거나 처음 보는 상품들이 다채롭게 진열되어 있었고, 우리는 커피를 고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편의점 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싱싱한 사과와 바나나 사진이 포장지를 장식한 과일이었다. 근래에는 선별과 세척을 모두 완료한 몇 가지 종류의 과일들을 낱개로 포장하여 판매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과일을 접하는 경로가 시장과 마트를 넘어 우리와 가장 근접해 있는 편의점까지 확장된 것을 보면 유통의 발달이 새삼 놀랍다. 그리고 색 노란 바나나 옆, 검정 케이스 안에 가지런히 담겨있는 큼지막한 딸기는 그 감탄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분명 딸기임에는 확실한데 크기가 상당했다. 단순히 <설향>과 같은 딸기를 큰 것만을 선별하여 담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 딸기는 설향이나 죽향, 육보 같은 딸기가 아닌 신품종으로 알려진 <킹스 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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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베리


킹스 베리는 이름만 들어보면 수입 과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국내 토종 과일이다.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딸기시장의 90%는 일본 품종이었고, 그에 따른 로열티는 어마어마했다. 당연하게도 국내 농업계는 토종 딸기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집중해야만 했고, 그때를 시작으로 점차 <설향과 매향, 금향, 죽향> 같은 <-향> 자 돌림의 딸기를 출시하게 되었다.


킹스 베리도 토종 딸기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에 함께했던 품종으로, 다른 딸기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은 일본의 <장희 딸기>를 수확 후에 남는 재배 면적을 활용하기 위해 연구 개발된 딸기이다. 그래서 초기 의도는 설향과 함께 소비자에게 처음부터 함께 소개를 하고자 했지만, 먼저 개발이 된 설향의 인기가 킹스베리가 개발되는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딸기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되어, 킹스 베리의 호응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져오고 말았다. 하지만 곧 큰 딸기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겨냥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이후, 논산에 위치한 킹스 베리 재배 농가 일부는 편의점과 협력하여 GS25를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망설임, 가격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크기와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킹스 베리는 편의점에서 약 20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비싸다' '싸다'의 의견이 분분하다. 전적으로 하우스 재배에 의존하는 겨울딸기 같은 경우에는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요즘은 날씨가 따뜻하다 보니 자연스레 딸기 가격이 떨어져 일반적인(설향) 딸기는 겨울과 비교해 1/3 정도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킹스 베리는 두 알 기준으로 2천 원에 판매되고 있으니, 비싼 것이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맛과 크기에 있어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는 꽤나 크다. 그 만한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한 크기와 맛을 보장한다면 보다 쉽게 설득할 수 있을 소비자에게 절대적인 맛과 크기를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판매되고 있는 킹스 베리를 보면 크기가 제 각각인 것이 많고, 맛 또한 일정하지 않기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농사물의 특성상 맛과 크기를 공산품처럼 일정하게 출하하는 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편의점의 다른 유통 상품처럼 포장하여 진열, 판매하는 만큼 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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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킹스 베리는 크기가 크다 보니 과육의 밀도가 낮아 금방 물러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나열하니 킹스 베리가 단점뿐인 과일로 보이지만, 짧은 기간 내에 일본 품종을 밀어 내고 온전한 토종 품종으로 대체된 국내 딸기 시장에서 다양한 맛과 모양의 딸기가 등장하는 것에 일조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 킹스 베리는 완전히 개발이 끝난 품종이 아닌, 이후 수년간 더 지켜보며 가장 이상적인 재배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미완 품종이니 점차 단점을 보완하여 나올 킹스 베리를 기대하는 것도 좋겠다.


아직까지는 미완 단계이며, 아직까지는 편의점을 통해 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언젠간 맛과 크기, 가격에 있어 모두 긍정적인 평에 올라 더 많은 농민이 킹스 베리를 키우게 되었을 때, 한 번쯤 농가를 찾아가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


그날 새벽에 만났던 그 딸기의 탄생과 싱그러운 맛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그럼 나는 꽃 같은 그녀에게 한가득 안겨줄 만큼 가득 안고 가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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