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사람

동화

by 전성배

벚꽃이 죽고 초록은 고동을 잡아먹은 날, 분홍은 이미 낙화한 지 오래지만 아직 4월은 벚꽃을 추억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월月이다. 2주 전 주말은 인천에 벚꽃이 서울과 달리 봉우리만 무수히 보이는 날이었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 인천 중구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으로 향했다. 대낮에 내리쬐는 햇빛이 뜨겁기까지 했던 그 날은 햇빛에 식어버린 바람이 쉼 없이 거세게 불어왔다. 머리칼에 예쁘게 컬을 주었던 그녀가 내내 불만을 토로하기에, 어차피 불어올 바람이라면 꽃이 피기 전에 불어와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여전히 그 모습이 예쁘니 걱정 말라는 안도와 진실을 전했다.


우리는 북적북적한 차이나 타운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흡사 벚꽃과 술래잡기를 하듯 피어오른 봉우리를 찾아 헤맸다. 화중花中속에 피어난 꽃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이나 타운에서 자유공원을 올라가기 위해 지나야 했던 석계단의 중간에 야무지게 핀 벚꽃을 발견했다.

심장을 중심으로 따뜻한 온기는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지지만, 역시나 심장에서 먼 손과 발끝은 찬 바람에 시리듯이 고동의 줄기에 가까운 봉우리는 심장과 가까워 꽃을 피운 듯, 가지 끝의 봉우리는 심장과 멀어 아직 피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하나, 온도차로 인한 봉우리와 꽃잎의 공존이 여리면서도 대차 보였던 벚나무 한그루는 그리도 예뻤다.


바람은 거셌지만 꽃 잎 하나 떨어지지 않는 나무 앞에서 수많은 연인과 친구들이 순서라도 정한 듯 차례로 사진을 찍었다. 석계단을 몇 개만 내려가면 위치한 타운의 중심은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 시끄러웠지만, 그 한그루의 나무 앞에서는 누구도 큰소리를 내지 않고 모두 조용한 셔터음만을 내며 바람이 건드는 얄궂은 꽃 소리만을 듣고 들었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몇 장의 사진을 남긴 후 오래전에 한번 방문했던 천장이 낮은 찻집 분위기의 카페로 향했다. 수년 전이기에 없어졌을 거라 생각했던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폭이 좁은 기와지붕을 자랑하며 서있었고,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여전히 짙은 초록색의 로브 가디건과 동그란 매듭이 단추 역할을 하는 헨리넥 션츠를 입은 모습이 인상 적인 여주인의 조용한 미소가 우리를 반기었다. 60대 전후로 보이는 여주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닮은 카페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손님이 10명 남짓 있었지만, 한그루의 벚나무에 모인 사람들처럼 조용한 이들뿐이었다.


비밀스러운 대화를 주고받듯, 누구에게도 자신의 대화가 닿지 않기를 신경 쓰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 혹은 카페의 분위기에 우리도 덩달아 동조되고 말았다. 말보다는 눈빛을 주고받았고, 손을 잡는 것으로 모든 사랑을 표현했다. 주인의 색이 고스란히 베어든 공간은 그렇게 사람들과 우리들을 동화시키고 있었다.

공간과 대중 심리는 참으로 신기하다. 서로 다른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간 혹은 같은 에너지를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모습으로 점철되는 것은 자연의 신비에서만 느껴지는 경이로움마저 안긴다. 응당 그곳, 그 시간이라면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엿보인다.


남과 차별화된 모습과 남들과 다른 사견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강단 있는 모습이 틀리다는 뜻이 아닌, 좀 더 본질적인 우리의 모습을 말한다. 개성을 드러내 보이기 전에 우리가 우리들과 함께 사는 삶 안에서의 조화로움을 말이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존중하고 그곳에서 취해야 하는 모습을 알며, 공간과 대중 안에서 동화하여 함께 그 순간을 느끼는 것. 함께 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조화로운 개성은 사람을 특별하게 하지만, 조화롭지 않은 개성은 그저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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