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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RUI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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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Jan 09. 2017

곶감

땅이 키우고 바람이 빚다.

#스물아홉 번째 글


땅이 키우고 바람이 빚다


겨울이 중간쯤 지나고 나서야 곶감을 집어 들었다. 꾸덕꾸덕한 곶감은 어르신들이 그리 좋아하신다 한다.

예로부터 제사 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곶감은 완전한 건시부터 속은 촉촉한 반시까지 식감도 맛도 제 각기 본연에 특징을 지니고 있어 먹는 재미까지 있다.


가을의 끝자락, 가을과 겨울에 중간 건널 목에서 만들어지는 곶감은 왠지 여유롭고, 인자하시면서도  시원한 어투의 할머님을 닮아 있었다.

바람과 볕이 만드는 것


농사를 지을 때 비교적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이다. 추위에 약하지만 어느 정도 기후조건만 맞아 떨어진다면 특별히 전문적인 손길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라 열매를 맺는다.

그렇기에 동네 주택가를 지나도 가을의 햇빛을 닮아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시골집 하면 마당에 자리 잡은 바람에 흔들리는 감나무를 떠올릴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단감은 말 그대로 '단감나무'에서 열린다. 아삭아삭한 식감에 비타민C가 풍부하고 타닌 성분은 떫은맛을 내지만, 설사를 멎게 한다.

그리고 '떫은 감나무'가 있다. 이 감나무에서 열리는 감은 홍시를 만들거나 완숙되기 전에 생감을 따서 껍질을 깎아 바람과 볕이 잘 드는 곳에 말리는데 그것이 바로 '곶감'이다.

곶감이 만들어지기까지


상처가 없이 무르지 않고 단단한 감 이어야 한다. 단단한 감은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지거나 그 부위가 물러질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꼬챙이에 꽂을 경우엔 상관없지만 실에 엮어야 하는 전통방식일 경우엔 실을 엮을 수 있는 감의 꼭지를 여유 있게 남기며 따야 하고, 그렇게 수확이 끝난 감은 껍질을 깎아 대꼬챙이나 싸리 꼬챙이에 꽂거나 실에 엮어 바람이 오래이 머물고 햇빛도 들렀다 갈 수 있는 곳에 두면 바람이 부는 데로 뱅글뱅글 도는데, 그 후에는 바람과 볕이 만들어 낸다. 그 외엔 곶감은 특별한 시설과 값 비싼 재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곶감은 어머니가, 그의 어머니가 손수 자식들에게 가난한 시절, 겨울에 해줄 수 있던 좋은 간식이었다.

하얀 가루의 정체


곶감을 보면 감의 색깔은 안 보이고 온통 하얀 가루에 덮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특별한 약 처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곶감은 말리는 시간 정도에 따라 식감과 단단함이 달라지며 그와 비례하게 하얀 분의 양도 달라진다. '시설'이라 불리는 이 하얀 분의 주 성분은 당분이다. 곶감이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점차 당분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그 당분이 바람과 만나 하얀색을 띠게 된다. 가을의 대표 과일 포도알에 보이는 하얀 분가루가 이와 비슷하다 여기면 되겠다.


곶감을 맛보다


곶감을 볼 때마다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홀로 그 빈자리를 지키시는 할머니가 떠오른다. 왜 그럴까,

아마 나이가 들어 젊었을 적 생기와 고왔던 얼굴이 바래지고, 깊게 파인 주름만 남은 지긋한 나이의 그분과 비슷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되려 곶감은 "맛있겠다"라는 말보다 '처연하다'라는 감정이 든다.


이게 감 이었나 싶을 정도로 진한 갈색의 그 곶감을 한입 베어 물었다.

완전하게 마른 건시가 아닌 겉은 꾸덕하고 속은 촉촉한 반시였다. 처음 이가 곶감을 깨물었을 때 질길 것을 예상 했지만, 그 다음으로 닿는 촉촉한 속살이 잼 한 숟갈을 입안에 넣은 듯 부드럽고 달콤했다.


겉을 감싼 감 껍질의 식감, 외적인 모습과 전혀 다른 맛을 내었다. 이만한 단맛을 곶감 하나가 스스로 낸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했다. 겉은 볼품 없어졌지만 바람과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그 맛은 어떤 현란한 색감의 과일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았다. 되려 그 만의 특별한 맛을 뽐내었다.


나이가 들어 시간에 바래져 주름지고 왜소해지는 것으로 그분께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모든 외적인 것을 맞바꿔 살아온 '삶'이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함과 젊음이 없어도 깊은 맛을 내는 곶감처럼


맛있는 '곶감'이란


땅이 키우고 바람이 빚는 곶감은 싱싱하기만 하다면 어느 것 하나 맛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특별히 곶감을 고르는 법 보다는, 곶감은 냉동 보관이지만 매장에서 진열 후 판매를 하다 보니 냉동과 해동이 몇 번씩 반복이 되는데 그러면 감의 색의 검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감의 색깔이 검은 것을 피하고 진한 갈색을 띠거나 시설이 곱게 고루 퍼져 있는 것을 고르면 맛 좋은 곶감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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