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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끝이 보이는 선

by 전성배

한 개의 선분이 있었고, 그것은 끝과 끝이 존재하는 유한한 선으로 불렸다. 그리고 인간으로써의 한계를 반증하는 증거 같은 그것에 누군가 한 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 선을 이루는 점의 수를 헤아릴 수 있겠느냐 였다. 태초에 점이 있었고, 그 점이 수없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뤘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는 말했다.


생각해 보면 모든 물질은 원자라는 구성 요소를 갖고, 그것들이 모여 한 개체를 이루는 만큼 점과 원자는 같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에 무지한 이이니, 이는 틀릴 수도 있는 결론이겠지만, 맞고 틀림을 떠나 난 좀 더 인간적인 면모로 이를 바라보기로 했다.


고층을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왼쪽과 오른쪽 벽면에 각각 달린 거울은 서로 마주 보며 무한에 가까운 프레임을 만들어 낸다. 그 안에서 우리는 무한히 존재한다. 선이 그러하고 우리가 만들어낸 숫자가 그러하다. 세상을 제한하기 위해, 인식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수數를 보며 누군가는 인간 스스로가 채운 족쇄이며 스스로 만든 한계점이라 했지만, 그 유한한 수 안에서 우리는 무한을 엿본다.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무한. 이는 계속해서 팽창하는 우주와 닮았고,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우주의 본질과 같은 결을 가졌다.


우리는 태어난 직후부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수단인 지식을 배운다. 그 지식을 토대로 경험의 기회를 쟁취하고, 그 경험을 오랜 시간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줄 꿈이나 원동력이 될 명분으로써 사용한다. 자의적으로 혹은 타의적으로 채웠던 지식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한계점을 자각하게 했고, 그 경계 안쪽에서의 삶만을 영위하도록 우리를 유도했다. 유한하다고 일컫는 삶에 가장 표본인 삶. 우리는 현재 그러한 삶을 산다. 끝과 끝이 보이는 선의 삶.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하지만 누군가는 그 선 안에서 점이라는 의문을 가졌고, 그 점이 가진 무한의 수를 보았다. 유한한 것이 가진 무한함을 찾아낸 것. 유한한 것에는 늘 무한함이 따라다녔다. 누군가 우리를 보며 말하길 "넌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라고 한다.


이는 그저 위로와 안쓰러움에 던지는, 뱉어져 흩어질 가벼운 말이 아닌지도 모른다. 유한이 가진 무한이라는 불변의 법칙에 입각하여 판단한 정답의 말일지도 모른다.


유한한 삶 속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낯간지럽고 무책임하게 느껴졌던 그 말이, 어쩌면 진짜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는 유한으로 가장한 무한에 살고 있다는 걸 하루에도 수없이 느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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