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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도 연緣이 될 수 있었을까

by 전성배

한때였던 연인 혹은 친구의 현재를 보며, 모든 과거를 갈무리하여 다시금 미소로 마주한 그 두 사람을 보며, 한 번은 생각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혹은 그녀의 일생의 연이 내가 될 수도 있었을까 라고.


두 개 이상의 길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중에서 한 개를 정해야 하는 선택의 강요를 받는다. 이는 살아오는 동안,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동안 필히 따라다닐 중력과 같고, 죽음과 필적하는 숙명 같은 것이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매 순간 후회를 곱씹는다. 모두가 지나간 모든 것들에 한 번쯤 후회를 덧붙여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선택들이 점철되어 지금을 이루듯, 그날의 다른 선택지가 현재의 나를 어디에 데려다 놓았을지 상상하며. 그 안에는 나의 당신도 포함된다. 나는 언젠가 한 번은 선택은 자의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왜 항상 후회가 따라붙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다, 그 안에 용기를 가미한 선택이 없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모든 시간을 돌아 다시금 마주한 우리를 보았을 때, 그날 당신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과 행동, 심지어 먼저 내딛는 발걸음의 순서까지 후회했던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날의 다른 선택으로 지금 웃는 얼굴의 당신 옆에, 하나 뿐인 의미의 내가 설 수도 있었을 텐데.


모든 순간은 후회였다. 사랑이며 친구와 친구의 연이며, 가족과의 혈연까지도.


비 내리던 그날 어떤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던 당신에게 나는 자연스러운 손짓도, 깨끗한 입맞춤도, 차갑게 몸을 때리던 빗방울을 헤아릴 따뜻한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 한순간에 쏟아졌던 무수한 선택들에서 나는 급기야 선택을 하지 않는 비겁함을 보였다.


용기를 가짜로 부리지도 못한 것이다. 결국, 꽤나 오랜 시간을 들여 이렇게 지금에 닿았다. 좀 더 빨리 올 수 있었던 길들을 돌아 돌아서.

사진 '와카레미치' iPhone 8 plus

어차피 만날 사람이라면,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라면 상관없는 후회일 지도 모르겠으나, 좀 더 빨리 닿았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택으로 인한 필연적인 후회에 연유를 아무리 고민하고 찾는다 한들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알면서도 반복하는 무지함이 인간이 가진 절대적인 오류니까. 나는 그저 당신과 나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바이다. 되도록 빨리 이렇게 닿지 못한 숱한 시간들에 용서를 구한다. 용기를 부리지 못한 비겁함에. 멀리도, 멀리도 돌아온 느림에.


부디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의 옆에서, 누군가의 옆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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