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웃음소리뿐
얼굴이 비칠 듯 반질반질한 검은색의 정사각형 바닥재 수 십 개가 연결되어, 홀의 중앙을 장식하는 무대를 완성했고, 훤칠한 키와 수 십 년의 세월을 쌓은 듯한 주름진 얼굴의 남자 가수가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작은 키에 무채색의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소녀가 그에 뒤를 이었다. 한 시대를 주름 잡던 익숙한 얼굴의 남자와는 달리 소녀는 모든 시간과 이름과 목소리, 색깔을 가리고 통제되어 살아가는 이 시대의 학생 중 한 명으로 보였다. 소녀를 그렇게 본다면, 남자 가수 또한 시대를 호령했던 가수라 한들 현재는 영락없이 나이가 찬 저물어진 꽃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인상은 화려한 무대에서 단출하게 빛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한 개인의 기운 같은 크기의 흔한 빛이었고, 화려한 무대와 수 십 대의 카메라 앞에서는 작디작은 빛이었다.
그리고 곧 <그녀의 웃음소리뿐>이라는, 언젠가 나의 몇 날 며칠을 모든 순간에 채워 넣었던 곡의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익숙한 그 곡은 가수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멜로디 만으로 이미 모든 가사가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왔고, 가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모든 것은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빛은 폭발했고, 소녀의 목소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맑은 음색으로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드러냈다. 그 옆의 남자는 세월에 갉아 들어갔을 법 함에도 여전히 모서리를 간직한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목소리를 뿌렸다. 세월에 저물었다기보다는 더욱 정돈 되고 정제된 느낌이었다.
본디, 세월은 인간을 완숙시키고 정돈하여 성인으로 만든다고 했던가. 소녀의 생기에 바래질 듯했던 목소리는 소녀의 뒤를 밀며 함께 뻗어 나갔다.
<화음>. 둘 이상의 음이 함께 어울릴 때 나는 소리는 한 음이 낼 수 없는 풍성함과 극적인 감정을 안기는 중요한 수단으로 쓰인다. 하나가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기 위한 작용. 소녀와 중년의 원작자가 함께 부른 하나의 노래는 "화음을 쌓다"라는 말 그대로 계단을 밟으며 끝자락에 있는 문을 힘차게 열며 빛을 한가득 받아들였다. 전율과 감동,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홀로 태어나 함께이길 바라는 욕심은
생이 가진 본능이라,
필연이어야 할 본능은 우리의 무의식에 새겨진다.
함께 일 때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고,
함께 일 때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함께 일 때 믿어 의심치 않을 용기가 피어났다.
모든 생은 반쪽으로 태어나 하나를 이루기 위해
세월을 쌓는다.
사랑의 존재가 그것을 반증하고
이별의 고뇌가 그것을 인정한다.
화음이 가진 감동에 더욱 열광하고 가슴 뛰는 이유는, 하나가 아닌 둘이 가진 완성에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외로움이란 그것을 알게 하기 위한 시험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그것을 인지하고 지키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이별이란 그것을 잊지 말라는 단호한 으름장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모습 안에서 유일하게 우리들이 닮은 것이 사랑인 연유는, 삶이 반쪽임을 시사하고 하나를 이루라는 의미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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