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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Jul 13. 2018

삼계탕, 우리를 태워줄 바람

우리는 하나의 횃불

시기는 여유를 갉아먹고, 사랑은 필히 다른 정情의 정기를 빨아 생존한다. 바람은 무언가를 말라 죽이고, 물은 무언가를 익사 시킨다. 살아가다 보면 작게는 인간관계에서부터, 크게는 자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서로를 살리며 상부상조의 모습을 띠는 것 같지만, 이면에는 서로를 죽이려는 수화상극水火相剋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것에 의해 내 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대체하거나 보충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취하기 마련인데, 여름 더위에 허약해진 몸에 정기를 북돋을 보양식을 찾는 모습이 아마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7월은 장마를 비롯해 7월 7일 소서小暑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더위와 휴가 같은 큼지막한 행사가 찾아온다. 개중에는 우리의 몸에 합당히 정기를 채우도록 장려하는 7월 17일 초복도 포함된다. 여름의 더위는 육체를 지치게 하고 정신적으로는 여유를 빼앗음으로써, 우리를 웬만한 일에도 금세 지치게 만들지만 다행히 선조들은 그 사실을 알았는지, 마땅히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명분으로써 초복이라는 그럴듯한 날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날은 닭을 이용한 요리가 가장 큰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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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고기와 김치, 된장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 방문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삼계탕일 정도로 이미 그 명성이 자자 한데, 여기서 간단히 삼계탕의 이름을 풀어보면, 蔘 삼 삼 자와 鷄 닭 계 자를 써서 인삼과 닭을 주 재료로 하여 끊인 탕이란 걸 알 수 있다. 즉, 삼계탕에서 '삼'자만 빠져도 백숙과 다를 바 없는 음식이 돼버린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닭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아니, 인류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 수단이었고, 물에 손질한 닭을 넣고 푹 끊인 곰탕이나 백숙 같은 음식은 삼국시대 때부터 귀한 시절, 평범한 시절을 다 겪은 산전수전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주막에서 삶은 닭의 다리를 뜯어 먹는 거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삶은 닭이 언제부터 삼계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이미 선조 때부터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의 본보기로써, 복날이면 챙겨 먹는 보양식으로 분류되었던 닭. 그것을 이용한 음식이 삼계탕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에는 닭과 함께 들어가는 인삼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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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인삼은 우리나라에서 산삼에 버금가는 효능을 가졌다 하여 만병통치약으로 불렸는데, 그 역사만 해도 유사 시대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인정받아온 약재이며 식재료였다. 시대에 따라 귀신같은 효험이 있다고 하여 신초神草, 해를 등지고 음지를 향해 자랐다고 하여 귀개鬼蓋,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인삼人蔘등으로 불렸고, 그 외에도 긴 역사를 대변하듯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인삼은 원기회복과 면역력을 증진 시키고 자양 강장과 항암 효과까지 두르 가지고 있어, 이미 동의보감에도 그 효능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따뜻한 성질과 원기 회복의 효능을 가진 인삼은 따뜻한 성질의 닭과 삼계탕이란 모습으로 하나가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운명과 달리, 인연의 시작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닭백숙이나 닭곰탕 같은 음식은 삼국시대 때부터 먹어온 역사 깊은 음식이었지만, 삼계탕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일제강점기 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에도 인삼이 몸에 좋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냉장 시설의 부재와 공급 부족 등의 이유로 고가였기에 부자들 사이에서나 소비되던 식품이었다. 그런 부유계층의 일부가 닭에 인삼을 빻은 가루를 넣어 함께 조리해 먹기 시작한 게 삼계탕의 시초가 된 것이다.


그렇게 점차, 부자들을 중심으로 그 맛과 보양식으로써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1950년대 <계삼탕>이란 이름으로 판매를 하는 식당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6.25전쟁 이후 1960년대에 접어들어 계삼탕은 <삼계탕>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후에 냉장 시설과 유통의 발달로 인삼 가격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삼계탕이란 음식은 전국구로 퍼져 나갔다. 현재 삼계탕은 인삼을 비롯해 대추, 황기, 찹쌀, 밤 등을 더 가미함으로써 완전히 보양식이란 이미지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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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연한 영계 닭에 갖은 재료를 넣어 육수와 함께 장시간 푹 고와 내면, 고소한 닭기름 냄새와 향긋한 인삼 향을 뿜어내며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 삼계탕. 그리고 삼계탕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각자만의 보양식을 찾아 기력을 회복하고, 여름을 날 준비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초복을 떠올리며, 삼계탕의 역사를 되짚으며, 보양식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지혜로운 방편과 같은 보양식이란 이름은, 잃기만 하는 삶에서 하나의 기회이며 보상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비롯해 생명력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을 태우며 빛을 밝히는 횃불과도 같다. 우리들은 하나의 불꽃으로 삶을 태우며 살아간다. 그리고 보양식은 잠잠해지는 불꽃에 바람을 불러와 줄 것이다.




와카레미치 입니다. 음성으로는 불가능한 정제된 가치를 면밀히 담을 수 있는 문자를 사랑하며, 지속적인 글쓰기를 소망하는 한 명의 인간입니다. 시詩가 가진 간결한 문장의 위대함을 존경하며,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는 저의 모든 글이 가진 바람입니다. - 와카레미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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