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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pr 03. 2019

깨달음을 얻었던 망고나무 밑에서

생명의 근원 혹은 순환의 중심. 생이 돌고 돌기 위해 살아생전 생명이 유지되도록 돕는 것은 식량과 물이다. 그것을 보호하는 건 빛과 불이며, 그 삶을 최대로 이끄는 건 사랑일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얽혀 우리를 살게 한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인간은 우리를 살게 하는 근원을 형상화하여 섬겼고, 그것과 닮은 것을 보면 예로부터 이어진 누군가의 뜻이라 여긴다. 생은 필연에 연속이며 우연은 그저 말 좋은 허상일 뿐, 모든 건 뜻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망고는 정말로 석가를 깨달음으로 이끌었던 나무의 열매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유래는 불확실한 짐작 속에서 쓰이는 법. 망고도 예외는 아니다. 4000년에서 6000년 전부터 재배했을 거라 짐작하는 망고는, 인도가 원산지라 알려져 있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 과거 석가모니는 나와 같은 29세의 나이에 출가하여 6년간의 고행 끝에 보리수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 보리수나무가 망고 나무라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망고 나무의 열매인 망고를 신성한 과수라 칭하기도 한다.


뾰족한 머리부터 둥그스름한 몸통까지 이어지는 유선형의 모양으로, 우리의 생명수인 물방울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망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로 포도, 바나나, 오렌지, 사과 다음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어, 감히 생명을 살게 하는 주요 작물 중 하나라 정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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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현재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망고의 모습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경우 태국과 필리핀산 망고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특히, 필리핀은 바나나 다음으로 망고의 성지라 불릴 만큼 한 해 생산량만 80만 톤에 달한다. 게다가 단순히 많이 생산만 되는 것이 아니라,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필리핀산 망고는 당도가 높다.


근래에는 배편을 통해 수입하는 것 외에도 항공편으로 직수입되는 경우도 많아, 망고를 판매하는 것을 보면 '항공직송'이라는 말이 붙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지에서 망고를 수확할 당시부터 크기와 등급별로 1차 분류를 하고, 수출 전 공장에서 2차 분류를 통해 수출 조건에 부합하는 망고만을 출하하기에, 항공직송이던 배편으로 오던 망고의 품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망고도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덜 익은 초록의 상태로 수확하여 운송 중에 익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더욱 그 차이는 미미하다. 잠깐 바나나와 망고의 차이를 말하자면, 바나나는 수입국에 도착 직후 에틸렌가스를 넣어 인위적으로 익히지만, 망고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놓은 창고 넣어 일정 후숙기간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익힌다.


이렇게 망고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망고가 생산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보리수를 뛰어다니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열대과일을 뽑자면 바나나 다음으로 망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망고는 고급 과일에 속해 값이 나가는 편이지만, 바나나처럼 사시사철 즐길 수 있어 여유가 될 때면 조금 사치를 부려서라도 먹고 싶은 과일로 평가받는다. 여름만 되면 망고를 재료로 하는 아이스크림, 빙수, 음료, 음식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니 사실 생과가 아니더라도 망고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신 망고라는 이름이 붙으면 마치 로열티처럼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 흠이지만, 이유를 알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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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가 깨달음을 얻었던 보리수가 망고 나무라는 전설은 있으나, 보리수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망고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한다. 그러나 보리수와 마찬가지로 10M~ 최대 30M까지 자라는 망고나무는 한 그루에서만 1500여 개의 망고가 열리는 대형 나무로, 가녀린 망고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원숭이처럼 나뭇가지를 오가며 일일이 수확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때 많은 일손과 위험을 필요로 한다.


일 년에 두 번 수확할 수 있는 망고는 수확시기가 될 때면 일꾼들의 1차 작업은, 농장에 있는 수 십 수백 그루의 망고나무 열매 하나하나에 종이를 씌우는 것이다. 이는 망고에 해를 입히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 패킹 작업도 나름의 분담이 이루어지는데, 많은 경험과 함께 몸무게는 적게 나가는 젊은 일꾼이 나무의 안쪽에서 패킹 작업을 수행한다. 체중이 무겁고 노련하지 못한 사람이 나뭇가지를 밟고 활보하다 떨어질 경우 최소 10M 이상의 높이 이기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적으로 노련하며 가볍고 유연한 사람이 안쪽을 담당한다. 그 외의 사람들은 나무의 바깥쪽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패킹 작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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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킹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일정 기간 경과 후 최종적으로 수확에 나선다. 망고는 통상 꽃이 피고 난 뒤 약 80일이 지나 수확하는데, 수확은 보통 오후 시간에 이루어진다. 해가 뜬 후 나무가 충분히 햇볕을 받아 수분과 옻액체가 어느 정도 건조될 때 재배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으면 옻나무에서 나오는 옻액체가 망고에 묻어 상품가치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건을 모두 충족한 망고는 끝에 갈고리가 달린 2M 길이의 대나무 장대로 부드럽게 수확하여 농장에서 1차로 크기와 등급에 맞게 분류한 뒤, 공장으로 옮겨져 2차 분류와 세척, 살균, 포장 순으로 마무리하여 수출한다.


망고를 수확할 때는 바나나만큼의 체력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품질 좋은 망고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일일이 손으로 재배해야 하고, 높은 나무 위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의 노고가 덧대어져 망고에 깃들고, 그것이 가격이 되는 것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앞서 써낸 '우리가 자초한 바나나의 저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대과일에 대한 글을 쓰며, 나도 모르게 묘한 경이감에 빠졌다는 걸 느꼈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작물 중 최초의 모습을 간직한 것이 얼마나 될까. 열이면 열 우리의 편의에 맞춰 개량된 것들이다. 그러니 지금의 작물을 두고 과거를 되짚는 것은 마치, 현 생을 사는 우리에게 전생을 되짚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세상에 알려진 모든 작물의 지식 중 어느 것도 최초의 작물에 대한 것을 담지 못한, 개량된 현재의 작물에 대한 지식뿐이다. 그저 기록에 남은 최초의 모습을 상상하고 유추만 해볼 뿐이다. 그러나 천천히 살펴보면 망고와 같은 것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상은 우리 손에 잔인하게 변했으나, 전설만은 계속해서 승계하는 것들이.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경이감에 빠진다.


육체는 바뀌나 계속해서 이어지는 영혼처럼,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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