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밤수
더위가 공간을 쉼 없이 장악하던 8월의 첫날. 누군가는 휴가를 떠난 직후의 저녁이었고, 누군가는 끝나지 않은 업무를 미련처럼 붙들어 고군분투 중이었으며, 누군가는 전철이나 버스에 몸을 실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한 사람이었다. 일을 마치고 퇴근 하는 몸은 이른 아침에 미처 깨어나지 못한 몸을 이끄는 느낌과 비슷한 무게감의 피로가 몰려왔다. 이런 피곤함이 몰려올 때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땀에 절은 옷을 벗어던지고, 찬물로 샤워를 한 뒤 맥주 한 캔을 하면 좋겠지만, 저녁에 이어질 업무와 8월을 기점으로 약속한 수필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 나는 보름 동안 돈을 내고 기다려준 독자들을 위해 8월 1일부터 수필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벌써 여섯 번째 수필을 보냈다. 수필을 보내고 나서야 작은 여유를 갖고, 브런치에 간단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마감 시간을 코 앞에 둔 작가의 긴박함이 이러한 느낌일까. 8월 1일부터 하루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땀 흘린 몸을 씻고 카페로 가서 그 날 끝내야 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이튿 날은 약속한 수필을 보내야 하기에 하루하루 끌어 모았던 글감 중 하나를 선정해 글을 써, 다가올 밤에 맞춰 한편을 완성했다. 그럼 독자들에게 수필과 함께 전할 간단한 코멘트를 메일에 적어 예약한 뒤, 다시 원래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순환.
자발적으로 난도에 발을 내딛은 건 작은 결심때문었다.
돈과는 먼 취미로써 하루가 멀다 하고 채워나갔던 수필은 블로그에 역사처럼 쌓여갔다. 큰 기대감 없이 시작된 나의 글에는 뜻밖에도 점점 독자가 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경험은 일생의 몇 안되는 기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업을 잇다 보니 글이 준 기쁨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점점 나의 글은 꾸준함을 잃어갔고, 불안감은 반비례로 쌓여갔다. 단순히 글을 쓰며 살고 싶은 것이 전부였지만, 현실은 나를 그와 떨어뜨리려 했다. 꿈을 꾸는 수면은 깨우려 기를 썼고, 이루려는 노력은 현실을 걸고 넘어지며 생업을 붙들게 했다.
그래서 나는 글과 잠시도 떨어지지 않기 위해 또한 내가 쏟는 애정만큼, 글이 나를 옆에 머물게끔 작은 숨통을 틔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감히 돈을 받는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매일매일 글을 써 보내기에는 업이 있고, 무엇보다 그런 식의 타이트한 글쓰기는 글의 깊이가 얕아질 우려가 컸다. 그래서 이틀에 한번. 밤마다 수필을 보내기로 약속을 해 보름간 독자를 모았고, 그렇게 모인 구독자 27명에게 두 번째 밤마다 수필을 보내고 있다. 나는 그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금액과 수를 떠나, 첫 수필연재 임에도 기꺼이 돈을 내고 구독을 희망해 주었으니. 그것은 즉, 27명의 사람이 두 번째 밤이면 나의 심상이 맺힌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읽어 준다는 걸 뜻한다는 것이지 않은가. 글을 쓰는 사람에게 나의 글을 읽는 사람에 수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몇 명이 되었든, 나의 글을 깊이 있게 읽으며 담으려는 사람의 수가 더 중요하다.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부담감과 때때로 쥐어 짜내야 하는 고뇌를 수시로 오가지만, 그래서 어쩌면 어느 날의 글은 어떤 날의 글 보다 투박하고 억척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빈도를 줄이기 위해 글을 정진하는 데 더 전념할 것이며, 수필을 보내는 밤이면 독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이 부담과 고뇌가 싫지 않다. 내 삶이 더 생생한 색을 갖고 소리를 내며 우는 것 같아서. 내가 글을 쓰며 살고 있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어서.
나는 하나의 희망을 새로이 손에 넣었다. 글을 쓰며 살 수 있다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와카레미치 입니다. 만나고 겪으며 나눴던 말들을 이삭 줍듯 마음에 담아, 아꼈던 고매高邁한 언어들을 덧붙여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현재는 수필을 연재하며,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고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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