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가능한 우주에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대부분은 미래를 향한 욕심이나, 과거의 후회를 고치기 위해 고의적으로 역사를 바꾸려 한다. 아니, 100%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시간을 거스른 다는 건, 필히 무언가를 욕심내고 바꾸기 위해서 일 테니까.
영화 속 주인공들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시간 여행을 통해 인과율에 관여하는 것을 보며, 과거에는 그런 주인공 중 선의를 가진 이들만 국한해 응원을 보냈지만 사실, 그것을 행하는 마음에 이기심이든 이타심 이든 감정의 색을 감별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깨달았었다. 어떠한 마음으로 움직이건, 일어났거나 일어날 인과에 관여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살린다면, 누군가는 분명 죽기 마련이니까. 나이가 들며 순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매번 시간을 다룬 영화를 볼 때면 그 사실을 나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그리고 <타임 패러독스>라는 영화를 본 뒤, 마음을 감별하고 선과 악의를 구별해 누가 죽고 산다는 논점을 넘어, 모든 건 예정돼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로 시간 여행이 가능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일어난 특정 사건을 바꿔 역사를 뒤흔드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결론을 향하는 과정 중 하나인 것은 아닐까.
영화의 제목이며 실제로 야기되고 있는 가설이기도 한 <시간 역설>. 우리는 시간 여행을 꿈꾸고 그것을 통해 어떠한 사건을 바꾸려고 한다. 그중에는 ‘나’라는 존재에 유무까지 간섭할 만한 큰 사건도 관여하게 될 때를 상상하기도 하는데, 바로 여기서 시간의 역설이 등장한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를 잠깐 짚어보기 전, 앞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논점을 생각해 보자. 진화론적으로 접근하면 사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답이 명확하지만, 진화론은 잠시 접어두고 시간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해 보자. 과연 둘 중 무엇이 처음을 시작한 것일까. 달걀이 먼저 등장하여 닭이 되고 다시 달걀을 낳은 것일까. 아니면 닭이 먼저 등장하여 달걀을 낳고 그것이 다시 성장해 닭이 된 것일까.
우리의 존재는 부모라는 존재에서 시작되었으나, 태어난 시점부터 우리가 모든 시간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면, '나'라는 존재가 과거와 미래, 현재를 아울러 일련의 사건으로 해를 당할 경우, 각 시점에 있는 '나'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영화의 주된 등장인물은 3명으로 좁혀진다. 하지만, 그 인물들은 모두 단 한 사람으로 각 시간 속에 존재하는 '나'이다. 미래의 A와 현재의 A가 만나, 과거를 바꾸기 위해 모종의 행동을 취하지만, 결국에는 변수라 생각했던 모든 행동들이 예정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극의 인물이 처절하게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영화를 본 뒤,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시간이란, 그 이름 자체도 우리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잡아 규정한 것으로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라고 나눈 시간은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가 말하는 우주. 정확히는 '관측 가능한 우주' 내에 빛은 무한대로 뻗어 나가고, 그 광경을 우주 밖에서 볼 수만 있다면 수 백 광년을 날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형상이 배인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빛은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라 말하는 시간을 무의미할 만큼 쉽게 관통하며 동시에 존재케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지나간 시간을 살아가는 고정된 존재인 것은 아닐까. 관측 가능한 우주를 넘어 봐라 본다면, 우리는 그저 '결론'이라는 머리를 달고 날아가는 빛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가설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희망적인 마음은 솟아나지 않는다.
굳은 믿음 만을 가질 뿐이다. 불가변의 시간 속을 살아가며, 우리의 모든 변덕이 결국, 하나의 미래만을 관철한다면, 그 미래는 분명 바라던 이상일 거라고. 시간과 결과론을 넘어 목표와 꿈이라 명명한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싸움은 분명, 그런 이상에 닿을 수밖에 없는 확실한 승리가 보이는 싸움일 거라 믿는다.
와카레미치 입니다. 만나고 겪으며 나눴던 말들을 이삭 줍듯 마음에 담아, 아꼈던 고매高邁한 언어들을 덧붙여 글을 쓰고 윤색潤色합니다. 현재는 수필 <두·밤·수>를 연재하며, 농산물을 소재로 글을 쓰고 전달합니다.
INSTAGRAM / PAGE / FACE BOOK / NAVER BLOG (링크有)
※ 詩와 사진 그리고 일상은 인스타와 페이스북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농산물 구매 관련 문의 https://talk.naver.com/ct/wc6zzd
※ 마켓시뷰 : https://smartstore.naver.com/siview
※ aq137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