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앞을 지날 때면 늘 고동색의 철제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정확히는 고동색의 뼈대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앞면과 뒷면에는 온통 딱지나 종이 뽑기, 가벼운 장난감들이 중구난방으로 걸려있어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뿐, 속내를 훤히 보여주기 위해 열린 문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내며 속을 들여다보면, 안에는 각지각색의 물건들이 오합지졸 있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그리 크지도 않던 평수였음에도 참 많은 물건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500원짜리 조립 로봇부터 공기, 학 종이, 딱지, 학용품과 장난감 등 참 많은 것으로 꾸며져 있던 문방구. 지금은 문구류도 대형 프랜차이즈화 되었고,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일상화된지는 그보다 더 오래되었으니, 이제 문방구는 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급한 물건 정도만 충당해주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 시절 우리들의 전부였던 장소는 세월에 매섭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는 문방구만이 아닌 그 시절, 우리의 전부였던 것들에게 닥친 공통적인 비극이었다. 옛것은 바래진 만큼 우리에게서 옅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그것을 찾지 않았다. 새로운 것에 취해, 새로운 것에 매료되어 웃고, 편의를 즐기기 바빴다. 어느 날 불현듯, 그리움이란 것이 울음을 꾹 참고 있던 어린아이에게 손을 내밀기 전까지.
우리는 그 손길에 순식간에 왈칵 눈물을 쏟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속으로 참아내던 그때의 그리움이 순식간에 우리를 장악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레트로 열풍이 이를 반증했고, 그보다 앞서 복고 열풍이 이를 예고했다. 이는 모든 연인에게 통용되던 "옆에 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을 보였다. 과거 우리와 함께 했으나 멀어져 간 것들을 다시금 마주하게 되니, 우리는 그리움이 해소되는 듯한 희열과 회상에 젖었고, 새로운 것들의 틈새에 다시금 태어난 과거의 모습들을 보며 짜릿해 했다. 동전 몇 개로 문방구 안에서 수많은 것을 해내던 그 시절의 감성을 불러와 잠깐의 시간을 채우는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누군가가 그리워 가슴 한편을 비워둔 채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를 되찾아 주는 것만큼 활력이 되고, 행복이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한다.
이 날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헤어진 뒤 그리움을 뼈저리게 깨닫고, 다시 재회하여 깊은 사랑으로 평생을 약속하는 어느 연인과 같은, 비스름한 영원히 가능하면 더 좋겠다. 이제는 더이상 그리워지고 싶지 않다. 기술과 문화가 발전함에 세계가 긴밀히 엮이며, 많은 것이 '새로움'이라는 이름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즐겁고 편했지만, 과거의 그것만큼 애틋하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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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은 반복될 것이다. 또다시 발전과 함께 세월의 흐름에 자연히 오래된 것을 지우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찾을 것이다. 아마 인간을 넘어선 선지자는 되어야, 도를 깨닫고 범인을 벗어난 사람이 되어야만 이 같은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게 분명하다.
우리는 눈을 감고 살아간다. 이 레트로와 복고는 필연적으로 과거에 이어 또다시 바래지고, 새로운 것을 만끽하느라 우리는 또 한번 잊고 살 것이다. 그리고 점점 그리움이라는 울음이 차오르다 극에 달할 때, 다시 찾을 테고.
바라는 건 단 한가지. 이 그리움에 대한 무게를 좀 더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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