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온도는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타오를 뜨거움이며 그 열기가 지구에 닿기까지의 거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실설實說이었다. 그러니 이토록 맑고 푸르른 날,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햇빛은 영락없는 여름의 정오만큼 뜨거울 것이었다. 살갗을 데우며 고개를 떨구게 할 온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선선한 기류에 햇볕 속에 뜨거움이라 말할 것들이 함께 흘러 떠났나 보다. 이토록 푸르른 날, 뜨거움은 없이 어둠의 말미에 빛을 만난 듯 환하기만 했다. 절기는 이미 입하立夏를 지나고, 지난 월요일 소만小滿을 넘어서며 이제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지금. 여름이 가진 뜨거운 햇빛의 잔영만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여름을 닮은 화창한 날씨이나, 여름의 열기는 아직 닿지 않은 지금. 많은 과실들이 너도 나도 여름을 알리기 위해 열매를 맺고 있다. 살구를 닮은 비파 열매도 이 여름의 잔영 속에서 태어난다.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7월이 되기 전, 먼저 여름을 언질 하기 위해서.
(비파 열매 구매 링크 수익금은 농부의 수입과 작가의 집필 활동에 힘이 됩니다.)
나뭇잎이 중국의 현악기인 '비파'를 닮아 이름 지어진 비파 열매는 동아시아의 아열대 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당나라를 통해 씨앗이 전해진 것이 계기가 되어 재배되기 시작했고, 감나무와 살구나무, 자두나무처럼 과거 마당이 있는 집에서 유실수, 혹은 정원수로써 많이 심어졌다. 특히, 윗지방 보다는 전라남도 완도나 경상남도 같은 남쪽 지방에 주로 많이 심어졌는데, 이는 과실의 특성상 특별히 토양을 가리지는 않으나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긴 재배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과일로 불리는 것은 조금 의아한데, 이는 과실이 가진 단점 때문이었다.
우선,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윗지방에서는 비파 열매를 재배하는데 적합하지 않았고, 과실 자체도 연약하고 보관 기간이 짧아 유통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게다가 타 작물에 경우 지속적인 품종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재배와 더 좋은 맛을 선보이는데 반해, 품종 개량이 진행되지 않은 채 과거에 심어졌던 개체들이 남부 지역 중심으로 연명하듯 재배되고 있었기에, 여전히 생소한 과일이란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보통 인기 있는 작물에 경우, 많은 재배를 통해 지역 공판장과 도매시장에 입하시켜 정식으로 경매를 거치고 각 지역으로 공급되는 것과 달리, 물량은 적고 유통에도 제한되는 점이 많아 도매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에 접어들어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한 산지 구매가 활성화되고, 수년 전부터 매체를 통해 비파 열매가 꾸준히 소개되면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짧은 보관 기간의 단점을 보완한 산지직배송과 냉장유통을 통해 수도권 지역의 공급을 원활히 함으로써 조금씩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 열매의 크기는 작은데 반해 씨앗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품종을 개량한 '미황'이라는 품종의 개발을 통해 이 단점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니, 다시금 꽃을 피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사실 ,비파 열매는 공급만 원활하다면 특유의 맛과 그만의 특별한 효능으로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과일이라 생각한다.
예로부터 비파나무가 있는 집에는 환자가 없다고 할 만큼, 각종 비타민과 더불어 폐 질환과 기침, 각혈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와인과 잼, 주스, 시럽과 같은 형태로 가공하여 유통하는데도 용이해 실용성 면에도 뛰어나다. 살구와 비슷한 생김새만큼 살구와 유사한 단맛과 식감을 가졌지만, 거기에 더불어 약간의 망고 향과 함께 마치 가미된 듯한 망고 맛을 내기에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한다. 그리 진한 단맛을 가진 것은 아니나, 깊이감 있는 단맛과 새콤함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우는 맛을 내는 비파 열매.
지금 자신의 깊이를 알리기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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