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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May 04. 2019

꼭지를 죽이냐, 살리냐 그것이 문제

연중 내내 이어지는 고민이지만, 날이 따뜻해지면서 늘어나는 생산량에 따라 점점 고조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농산물 특히, 과일 쪽에서 봄과 여름에 지대한 사랑을 받기 시작하는 딸기·방울토마토·수박등과 관련이 있는데, 우선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 개 모두 붉은색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니면 과일이라는 분류? 찾아보면 수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꼭지'에 있다. 이 꼭지에 의해 관련 농가와 소비자는 지금까지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꼭지를 살리냐, 죽이냐에 따른 서로 다른 이점과 문제점.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딜레마다.


신선도는 농산물은 물론 모든 식재료에게 주어진 생명력을 뜻한다. 이 생명력은 언제 생산된 것인가, 또는 언제 어미의 품을 떠나 소비자의 손에 넘어간 것인가에 대한 기간을 뜻하며, 이것은 인간이 수명을 다해 갈수록 점차 시들어 가는 것처럼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으로 볼 때 갓 태어난 듯 파릇파릇한 것만을 당연히 신선도가 좋다고 표현한다. 그와 반대로 윤기를 잃고 시들 시들한 것은 신선도가 낮다고 말한다. 이는 신선도가 상당수 맛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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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을 묻고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특별히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사실 모든 과일은 수박과 같은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즉, 따 보지 않는 이상 그 맛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외적으로 예쁘고 고운 깔을 가졌다고 한들 무조건 맛이 좋을 수 없고, 외적으로 못났다 하여 무조건 맛이 덜할 수도 없다.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이 아닌 '조건'이라 말하는 것이 맞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해당 과일이 가진 맛있을 수 있는 조건을 나열하는데, 거기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신선도'다. 신선도가 좋은 것은 그 만큼 단단하고 알찬 속을 갖고 풍부한 과즙을 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당도가 높지 않더라도 그 푸른 맛이 어느 정도 맛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과일이건 타 작물이건 이 신선도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자 그럼, 매년 고착되는 논쟁은 신선도의 유무일까? 아니다. 이 신선도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방법인 '꼭지'에 있다.


우리 모두는 매체를 통해 혹은 부모나 타인을 통해 꼭지가 있는 것이 싱싱하다 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라왔다. 사실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꼭지 달린 과일이라면 꼭지가 파릇파릇할 때 싱싱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 꼭지가 마른 것은 그만큼 시간이 경과했으니 신선도가 떨어졌음을 뜻하는 것이고, 먹었을 때 신선도가 높을 때와 달리 단단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꼭지가 계속해서 과일에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인위적으로 붙이지 않는 이상, 생산·유통 과정에서 자연스레 꼭지는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하나, 소비자 혹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하는 중간 유통업자들에게는 꼭지가 없는 상품은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 A라는 수박을 예로, 파릇파릇한 꼭지가 달려 있을 때와 그것을 떼어냈을 때의 가격 차이가 두 배까지도 난다는 의미다. 실질적인 신선도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이 꼭지의 존재 유무에 따라 신선도를 가르고 값을 메기다니. 불합리한 구조다.


이는 꼭지로 신선도를 판단하는 소비자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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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농가는 꼭지 살리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 꼭지가 있고 없고에 가격과 판매량이 달라지니, 울며 겨자 먹기로 꼭지를 살림으로써 들어가는 손실 비용까지 감수하며 꼭지 살리기에 전념한다. 한번 더 수박을 예로 들면, 수박은 T자 모양으로 꼭지를 살린 다음 꼭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일정 공간을 유지하며 차량에 수박을 쌓아, 공판장이나 수도권 도매시장으로 입하시켜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한 번에 10개를 보낼 수 있는 규모임에도 8~9개 가량 밖에 보내지 못해 손해가 발생한다. 이전에 수확과정에서부터 꼭지를 신경 써야 하니, 수확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여러모로 합리적이지 못한 구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문제로 삼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에 일부 유통업자들은 '꼭지 절단 수박'이라며 꼭지 없이 출하하는 방식을 내세웠지만 2019년 현재, 큰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울토마토나 딸기 또한 이러한 출하 방식을 내세웠지만, 종자업체들은 여전히 꼭지가 잘 떨어지지 않는 품종을 개발하는데 계속해서 시간과 자금력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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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는 꼭지의 상태로 신선도를 확인하는 것만큼 직관적이고 빠른 길은 없다. 소비자가 일일이 과일 별로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숙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구매를 위해 이러한 피로감까지 감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좋은 작물이 꼭지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농가소득 증가의 도움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을 테니,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방울토마토만 해도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윤기가 나면서 약간의 푸른 빛이 돌고, 만졌을 때 단단한 것이 싱싱한 상품이다. 너무도 간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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