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을 깎고 치장해 세운 카페에 와있다. 특유의 오래된 분위기에 매료되어 가끔씩 시간이 날 때면 찾아오는 이곳에, 오늘도 어김없이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 장마가 지난 지는 좀 됐으나, 태풍과 같은 너그럽지 않은 날씨 소식이 연일 계속되면서 가시지 않는 습한 공기로 넘치는 오늘, 카페에 들어서 자리에 앉는 순간 이전까지 맡은 적 없던 냄새가 느껴졌다.
습한 실내의 공기를 타고, 마감되지 않은 천장과 칠이 벗겨진 나무 바닥에 스며있던 냄새가 흘러나왔다. 약간의 곰팡이 냄새도 섞여 있는 듯한 이 냄새는, 건물의 시간에 박제되어 밖으로 떠나지 못하고 이 안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는 듯했다. 이전까지는 왜 맡지 못했을까. 진한 커피향과 갓 구운 디저트 향이 이 냄새를 잡아먹고 사람들에게 먼저 닿았기에 몰랐던 걸까? 아니면 그때는 무심했던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일까? 아무래도 둘 다 아닌 것 같다.
(수필 구독과 함께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보통 한 번 이상 방문한 카페는 늘 같은 자리에 앉는 버릇 탓에 오늘도 변함없이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았고, 그 직후에 바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만큼, 커피와 빵의 냄새도 무신경함도 아닌 건물의 체취가 오늘은 인위적으로 묻히지 않고 흘러나왔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이는 분명 오래된 건물이 시간과 함께 쌓아온 냄새였다. 카페는 그것을 매일 닦고 향을 덧대 죽여왔으나, 근래 습해진 공기나 혹은 향의 부재로 인해 오늘은 냄새를 잡지 못해 놓친 것이 아닐까.
이 오래된 냄새는 말 그대로 상당한 시간이 쌓여 일궈진 냄새였다. 수십 년 된 건물의 시간이 만들어낸 체취. 그것은 건물을 새로 가꾸고 전혀 다른 용도로 탈바꿈 시켰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외적인 모습을 바꿔도 남는 사람의 체취와 버릇, 기억과 같은 결로 이 장소에 남은 것이었다.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 중 우리에게는 적어도 한 명쯤, 지워지지 않고 남아 가슴을 맴도는 인물이 있다. 사려 깊었던 언행 때문에, 구원받았던 감사함에 혹은 함께 사랑을 이야기한 기억과 같은 수많은 이유와 공통된 선한 감정으로 이들을 지우지 못해 마음에 담아둔 채 살아간다. 그리고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정제해 세상에 흩뿌린다. 언젠가 다시 마주치길 바라는 우연이나, 생을 다하고 떠나 당도한 그곳에서 라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그리움에 담아 세상에 뿌린다.
오래된 건물의 카페에서 흐르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이 건물이 가진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실체화된 것이겠지. 수십 년 전, 수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벽돌이 하나하나 쌓이고 그 겉에 시멘트가 칠해졌다. 바닥에는 마루를 까는 것으로 완공된 병원. 완성된 이후에 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내고 안위를 책임졌던 영관스러운 과거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그리움이 이 오래된 냄새를 만들어 내보내지 않고, 건물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그날을, 휘어가는 건물이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이 냄새는 아마도 건물이 무너져 사라지기 전까지 가시지 않을 것이다. 건물의 한탄과 같은 그리움이므로.
유튜브
siview market / siview instagram
aq137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