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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RUI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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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Mar 06. 2017

백향과

백가지 향이 나는 과일,

#서른여섯 번째 글


백가지 향이 나는 과일


백가지 향이 난다고 하여 '백향과' 혹은 우리에게는 '패션프루츠(passion fruit)'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브라질 남미가 원산지인 열대 과일이다.

외형은 둥글 거나 타원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보라색, 검은색 혹은 검붉은색을 띠고 있다. 마치 보통 크기의 달걀보다 값 비싼 '왕란'의 크기, 그것에 검보라색의 칠해놓은 듯한 이 과일은 어쩌면 열대과일이란 것을 최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나로서는 썩 끌리는 모양은 아니었다.


단단한 촉감, 그러나 왠지 힘을 주면 유리가 깨지 듯 금이 갈 것 같은 바람 앞에 선 얇은 유리창의 느낌, 그뿐이었다.


석류 그 이상


스페인에서는 '작은 석류'라 불릴 정도로 그 영양가는 이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정도로 유명하다. '여성의 과일'이라 불리게 된 석류는 '에스트로겐'성분의 함유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서였는데, 패션 프루츠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석류의 몇 배에 달한다고 하니 조만간 석류가 옆자리 정도는 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남 고흥에서 재배되는 석류는 신맛이 강하고 수확량도 적어 수도권 지방에서는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 허나 패션프루츠는  수확할 시에 노동력도 덜 들고(수확시기가 되면 잘 익은 패션푸르츠는 스스로 땅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줍기만 하면 되니 힘이 덜 든다고 함), 맛이나 영양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석류와 비교 시 떨어지지 않기에 패션프루츠를 재배하는 농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소식, 온나화의 영향이었다.


최근 수년 사이 패션프루츠를 대형마트와 로드샵, 시장에서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교통의 발전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이동과 수출입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일까?

그러한 이유도 있겠지만, 패션프루츠는 이미 남부지방에서 시설 재배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 유통하고 있다. 이전에 언급한 망고와 파파야,구아바, 용과 같은 여러 열대과일은 열대나라에나 가야 값싸게 맛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점차 국내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져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저렴해지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그것이 화근, 세계적으로 연평균 온도가 매년 올라감에 여러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데, 해수면 높이의 증가, 이상기후, 어획량 감소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그것을 겪고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배웠던 이 '온난화'란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남의 일처럼 넘긴 적도 있었다.


허나, 바로 작년 여름을 기억할까? 이례적인 폭염의 연속이었다. 숨 막히는 더위와 열대야, 폭염 속의 노약자들의 죽음은 이 온난화가 가속화됨을 이 땅이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의 영향은 과일까지 미쳐, 제주도의 명물이었던 '귤'이 경기도에서도 재배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2060년쯤에 접어들면 현재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서만 시설재배가 가능한 열대과일이 중부지방까지 확대 재배가 가능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새로운 먹거리의 증가는 점점 더 세분화되는 사람의 입맛을 충족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만큼 이 땅은 자식을 받쳐주는 부모인냥 쇠해져 가고 있다.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한들 과녁을 향해 날아간 화살처럼 막을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담 훗날 밀고 밀어주다 "이만하면 되었다" 하시는 부모에게 뒤돌아 고개 숙여 감사를 올리 듯 나이가 들어가며 약해지는 이 땅을 되짚으며 지킬 수 있는 고민을, 감사를 되갚을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패션프루츠를 맛보다


누군가 묻는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고, 본 사람보다 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이 과일은 '패션 프루츠'라고

말했다. 곧 검은 달걀 같다는 답변에 웃음이 난다. 그 검은 달걀을 가져왔다. 일반 달걀도 표면을 가까이 보면 사람의 모공 같은 구멍이 자잘 자잘 보이는데, 이 프루츠도 그와 같았다. 매끄럽기까지 한 표면에 윤기까지 흐르니, 진짜 검은 달걀이다.


이 패션 프루츠는 거의 무(無) 향에 가까웠다. 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촉감과 색, 모양이 전부.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반으로 잘라 내었다.

반으로 잘라 벌렸을 때, 오렌지 색의 가종피(假種皮)(씨앗을 감싼 껍질)에 감싸인 씨앗들이 가득했고, 그 젤라틴 같은 상태의 가종피가 서로 붙어 늘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밖으로 나오는 향, 설명할 수 없는 새콤한 듯 가변운 향이 주변을 웃돌았다. 어떠한 맛일까, 어떠한 맛을 내어 줄까,


궁금함으로 머리가 가득해짐에 바로 작은 숟가락으로 그것을 한술 떴다. 입안에 넣은 그것은 가종피의 맛이 강해 씨앗 맛은 아마 무색했을 듯싶다. 새콤한 맛과 특유의 향이 입안에 맴돌고 숨을 뱉을 때마다 숨과 섞여 나왔다. 단맛보다는 새콤한 맛이 베이스로 깔리고 여러 다른 맛을 조금씩 찔러주는 듯 해, 정이 가는 맛은 느끼기 어려웠다.

뭐랄까, 신맛이 나는 과일을 먹었을 때 그만 먹어도 될 것을 하나 둘 입이 심심한 듯 계속 먹게 되는 딱 그 정도의 맛

이것이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잼과 청을 담그거나 혹은 샐러드에 뿌릴 드레싱 소스로 조리하여 섭취하면

좋을 듯하다.


맛있는 패션프루츠란


워낙 특이한 맛이기에 맛있는 것을 고르는 방법보다는 잘 익은 것을 고르는 방법이라 하면 좋겠다. 패션프루츠는 매끄러운 표면의 상태를 잘라먹는 것보다는 표면이 수분이 마른 듯 적당히 주름진 것이 잘 익어 먹었을 때 새콤한 맛이 덜하고 보다 높은 당도를 찾을 수 있다.


잘 익지 않은 패션프루츠는 자르면 시앗과 가종피가 따로 놀아 먹기가 비교적 불편하고 신맛도 강하다. 위에 말했듯 잘 익은 패션프루츠가 가종피와 씨앗이 잘 붙어 있어 흐물거리지 않고 먹었을 때 신맛도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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