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 봄이 되면 유달리 봄에 피는 꽃들에게 연민이 깊어진다. 여름의 연꽃이나 가을의 코스모스. 겨울의 매화와 수선화도 계절과 함께 찾아와 다음 계절의 도착이 곧 죽는 날이라는 건 다를 바 없는 처지이지만, 유달리 봄에 피는 꽃들에 연민이 더 깊어진다. 그리고 이 마음의 토대는 대부분 벚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년 봄이 될 무렵이면 '벚꽃 개화지도'라는 지역별 개화시기를 담은 지도 한 장이 인터넷을 떠다니기 시작한다. 지도에는 밑에 지방을 시작으로 벚꽃이 밀물처럼 윗 지방으로 올라오며 종국에 만조가 되는 순간을 예고하는데, 대체로 그 기간은 2주 남짓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사람들은 2주 동안의 짧은 벚꽃의 생사를 열렬히 함께 한다. 한 주는 가장 절경을 이룰 장소를 물색하고, 한 주는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낙화를 보기 위해 또다시 장소를 물색한다. 그렇게 개화 후의 절정과 낙화를 담은 2주가 지나면 벚꽃은 올 해를 끝낸다.
나는 우리네 삶에 이처럼 풍경 하나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일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한 해의 시작과 끝. 가족을 모이게 하는 명절과 모두가 설렐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저 아름다운 무언갈 눈에 담기 위해 대동 단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벚꽃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년 볼 때마다 경이로울 정도다. 그토록 아름답기 때문이란 이유가 단순 명료하게 자리 잡고 있음에도 매번 경이롭다.
사시사철 절경을 이루고 매번 낙화하는 순간에 또 다른 봉우리를 피운다면 꽃이 이토록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봄에 설렘과 연민이라는 두 개의 감정이 우리 안에서 미묘하게 교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짧기에, 찰나이기에 혹시나 놓칠지 모를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거겠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중 영원한 건 없다. 절세 미인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영원할 것 같은 예술 작품도 언젠가 녹이 슬고 썩어 사라지기 마련이다. 꽃만큼 그 수명이 짧은 게 없고, 형체를 그릴 없는 사랑조차 세월과 함께 늙어간다. 이쯤 되면 아름다운 것과 수명은 서로 운명을 함께 하는 게 분명하다.
사라지기에 아름답고, 아름다운 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 애달픈 사실이 사람을 이끌고 매료시킨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네 생명과 아름 다움 것들의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어쩌면 진리.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다. 영원불멸한 땅 위에서 짧게 살다 가는 운명이기에 우리 모두가 아름답다. 찰나이기에 이 삶이 귀하다. 아름 다운 것만을 보고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삶이라는 의미다. 목을 죄는 불안과 숨 막히는 달리기, 나를 갉아먹는 희생을 하는 사이에 벚꽃이 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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