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신드롬, "아기 사슴이기 때문에"

by 전성배

사랑한 적이 있다면 으레 경험했을 이별의 후유증. 홀로 남겨진 그 시간은 숨조차 고르게 쉴 수 없었고, 누구와도 섞일 수 없어 홀로 수많은 날을 삼켜야만 했다. 이별은 사람을 내몰 수 있는 한계점까지 내몰아 홀로 고립되는 아픔을 심는다. 사랑 후에 찾아오는 이별에 사는 우리의 처지가 대개 그렇다.


언젠가 사랑이라는 낭만이 가진 결말 속 쓸쓸함에 마음이 무거워 계속해서 되물었다. 왜 그런 것이냐고. 사랑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이별은 더 큰 책임을 물으며 우리를 사지로 내몰으니, 어떤 이는 이로 인해 사랑 자체를 꺼려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랑했기 때문에 이별이 아프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는 더 이상 위로도 수긍할 수 있는 설명도 되지 않기에,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공허한 이 쓸쓸한 결말에 대답 없는 물음을 계속해서 읊조렸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들었던 한 증후군에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밤비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아기 사슴이 산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보통 귀엽고 여린 사슴을 쓰다듬으며 예쁘다 말하는데, 사람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그렇게 사람의 손길을 탄 사슴은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사람의 체취로 인해, 더 이상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게 됨을 뜻하는 현상이었다. 이 신드롬의 숨은 의미를 잠시 들여다보자면 내용은 이렇다. 사슴은 자신의 새끼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시각이 아닌 후각에 의존한다. 새끼에게 배어있는 냄새를 통해 자신의 새끼임을 인지하고 나아가 무리에 소속된 개체임을 확신한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아기 사슴을 그저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로 사슴과 전혀 다른 인간이 자신의 체취를 묻힌다면, 사슴의 몸에는 무리 외에 이질적인 향이 더해져, 더 이상 무리 속에 섞일 수 없게 된다. 무리는 물론, 엄마에게 조차 버림받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자기 중심적인 사랑에 의해 아기 사슴은 홀로 쓸쓸히 죽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중심적 사랑에, 죽음을 부르는 위험한 사랑에 '밤비 신드롬'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나는 아기 사슴의 처지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 한 마리의 아기 사슴이다. 사회라는 무리 안에 소속되어 누구 하나 오지 않는 한 적한 숲을 거니는 존재. 인기척 없는 숲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며 손을 내미는 인간의 손길 하나 막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 그저 자신의 소명대로 살며 숲을 거닐다 우연히 만난 한 사람에 의해 내 몸에 다른 향이 배는지도 모른 채, 웃고 사랑한다 말하며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떠든다. 홀로 남겨지게 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운명인 걸 꿈에도 모른 채로.


사랑 안에 사람이 떠나면 남는 찌꺼기인 이별은, 돌아갈 곳을 알지만 돌아갈 수 없는 밤비의 상황으로 우리를 내몬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기 사슴보다 긴 수명을 가진 덕에 언젠가 내 몸에 밴 그의 체취가 사라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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