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햇볕이 하늘을 장악했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빛나고 눈 부신 오후입니다. 오늘처럼 차가운 공기와 따듯한 햇볕이 조화를 이루는 날은 어느 계절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겨울만의 유일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차가워야 할 날씨지만, 기후가 바뀐 덕에 겨울이 가진 매력의 결도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12월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첫눈은 감감무소식이니, 확실히 겨울의 이미지는 예전과 사뭇 다릅니다.
책상에 놓인 작은 캘린더의 마지막 장을 드디어 오늘 마주했습니다. 정말 올해도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하는 순간이었죠. 저는 매년 12월을 마주할 때마다 조절할 수 없는 공허함에 시시각각 정신을 놓곤 합니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사실과 이렇다 할 무언가를 쌓아둔 것도 없이 지나간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죠. 그만큼 제가 썩 괜찮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는 뜻이겠지요? 또 그렇기 때문에 제가 겨울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는 12월을 끝으로 새로운 옷을 입지만, 겨울은 여전히 묵은 해의 헌 옷을 입고 새해에 파고들어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니까요. 그런 끈질김이 제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끝내고 싶지 않은 욕심, 미련, 후회, 슬픔 등의 감정이 얽히고설켜 겨울을 좋아하게 만들었습니다.
독자님들이 애정 하는 계절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저처럼 겨울을 좋아하신다면 그 이유도 같을까요? 혹 같다면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전합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미련한 사람입니다. 잊지 않는 버릇을 끝끝내 못 고치는 사람. 그래서 서글프고 또 아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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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판사 담당자님과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책의 디자인과 더불어 글의 배치까지 모두 완료한 1교를 12월 말쯤 제게 보내주신다고 하더군요. 그럼 제가 얼마 동안 검토를 한 뒤 재차 보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그 후에 마지막 교정·교열을 거치면 2월 중에는 책이 완성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기존 출간 일정을 조율하기로 하였고, 최종적으로 2021년 3월 초로 잡았습니다. 저의 농산물 에세이는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챕터로 나뉩니다. 책의 성격이 그런 만큼 계획보다 늦춰진 것을 고려, 이왕이면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3월 초에 출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죠.
물론 최초 계획은 1월 출간을 목표로 했던 만큼 이 또한 언제고 변동될 수 있습니다. 더 빨라질 수도 더 늦어질 수도 있겠죠. 모쪼록 더 늦어지기보다는 최대한 3월 초에 나오면 좋겠네요. 봄기운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때, 첫 장을 봄으로 시작하는 저의 책도 한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 관련해서도 몇 개의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중 <리틀 포레스트>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을 이야기하던 영화에 이어 사계절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 제목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으니 후에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_seong_bae : 미문美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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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