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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Jan 03. 2021

산천어 축제 취소가 말하는 새로운 길

<본편은 작가의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청취 가능합니다. *하단 참고>


새해를 맞이하고 사흘째 접어드는 날이다. 지난해에 이어 신년에도 어김없이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 따듯한 겨울에 근심하던 겨울 러버인 나에게는 기분 좋은 연시의 어느 날이다. 비록 밖을 나서도 갈 곳이 없어 집에서 작업하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겨울 특유의 파란이 연일 창밖을 물들이니 그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썩 기분이 좋다. 또 눈 소식은 어떠한가. 몇 번째 내리는지 모를 눈은 체감상 이미 지난겨울에 내렸던 눈의 횟수를 앞지르며 보통의 겨울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를 말미암아 감히 확신한다. 이번 겨울은 지난해 따듯한 겨울을 사과하듯 '진정한 겨울'이라는 이름을 맨 앞머리에 내걸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겨울에 예정되어 있는 축제는 지난겨울 축제보다 활기찰 것이다. 아니 활기찼을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이번 겨울에 예정된 축제 대부분이 취소되고 말았다. 여기서 지역 특산물 소비와 직결되어 있는 축제의 경우 취소는 예사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례로 매년 1월이면 강원도 화천에서 개최되던 '산천어 축제'를 들 수 있다.

pexels

산천어는 연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우리나라의 토종 물고기다. 송어의 '육봉형'(어류의 생태 유형 중 하나로, 본래 바다에 사는 습성이었으나 담수 지역에 적응하게 된 유형을 말한다.)으로 송어와 생김새가 흡사하지만, 몸길이는 송어의 절반 정도로 산소가 풍부한 강 상류의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이다. 그리고 강원도 화천은 1 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북한강에 위치해 있어 오래전부터 산천어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는 우리나라에서 겨울 추위가 가장 매서운 곳 중 하나다. 거기서 화천의 강은 겨울이 가장 절정에 이르는 1월이면 특유의 추위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 얼음낚시를 즐기기에는 안성 맞춤인 장소이기도 하다. 산천어 축제는 그런 지역적 특성에 지역의 정기를 받고 자란 산천어를 접목시켜 만들어낸 것으로, 매년 산천어 축제가 열리면 화천군 측에서는 하루에 10톤이 넘는 산천어를 강에 풀어 방문하는 이 모두가 마음껏 얼음낚시를 즐기게끔 한다. 자연히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볼거리와 놀 거리, 먹거리의 규모도 상당해 산천어 축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행사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때문에 올겨울에 예정된 지역 축제 대부분이 취소가 되었고, 산천어 축제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자연히 올해 약 77톤에 달하는 산천어가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긍정적인 것은 바로, 위기를 관망하며 두 손을 놓은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직면하고 돌파구를 찾는 화천의 적극적인 모습이 괄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pexels

화천군은 애물단지가 된 산천어를 들고 식품 산업화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코로나를 원망하기보다는 그동안 '축제'라는 이벤트를 통해서만 산천어를 소비하는 것에 안주한 나머지, 소비 경로 다각화를 일궈내지 못한 점을 스스로 콕 짚은 것이다. 그래서 화천은 겨울 축제가 아니더라도 저장성과 상품성 높은 식품을 통해 산천어 요리를 특정 계절이 아닌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승화시키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지난 30일, 산천어 요리 시식회를 가졌다. 이 날은 산천어 반건조 제품과 통조림, 산천어 활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선보여 졌다. 그 종류만 해도 약 20여 개에 달했고, 화천 군수가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울러 홈쇼핑, 온·오프라인 마켓, 직거래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말하며,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 목표임을 은연중에 알렸다.


사실, 화천군은 지난 2011년에도 한차례 구제역 파동으로 축제가 취소되면서 산천어 소비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묵과 퇴비용 등으로 활용하기는 했지만, 물량이 워낙 많아 판로를 찾지 못해 산천어 소비에 애를 먹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 본격적인 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여 개인적으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화천의 의도대로 산천어의 새로운 모습이 소비자에게 주목받게 된다면, 종국에는 축제의 취소가 변화로 향하는 방아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더 큰 위기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도약과 단단한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목소리로 듣기 by 전성배 오디오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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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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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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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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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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