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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Jan 27. 2021

AI(조류인플루엔자)와 코로나에 대처하는 정부

코로나 19가 창궐한 지 1년이 흘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상이 되었고, 불과 1년여 만에 과거의 일상은 우리가 한때 향유하던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무수한 확진자와 완치자가 나왔고, 그 안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대전 소재의 'IEM 국제 학교'관련 집단 감염이 발발하면서 범국민적인 분노가 일고 있다. "또 교회냐" "이제는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게 된다" 등의 부정적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제는 기독교 자체를 경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기 이전에 그 자유에 국민적 피해가 우려된다면, 이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그렇지 않은 소수에 의해 생겨난 인식이다. 집단 감염에 의한 확진자 급증과 그에 따른 거리 두기 강화의 패턴을 숱하게 경험하고 있는 국민의 입장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부의 답답하고 소극적인 대처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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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하고 이기적인 소수에 의해 발발하는 집단 감염 사태에 정부가 강경 대응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 미미한 처벌과 책임만을 물으니 이기적인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같은 교회에서만 집단 감염이 2차 3차로 발발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또 벌금을 내는 한이 있어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어느 교회 관계자의 주장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애초에 다시는 그런 이기주의를 펼치지 못할 정도로 강경 대응했다면 적어도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도 지금처럼 바닥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방역 지침도 문제다. 거리 두기 강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영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예상처럼 극심한 피해를 본 이들이 있는가 하면, 피해를 보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을 취하는 사업자가 존재한다.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정부의 빈틈 투성이인 방역 지침을 꼬집는 이야기다. 일례로 '카페'를 생각해 보자. 지난해 11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카페 이용 제한이 시행되었다. 매장에서의 취식을 막고 테이크 아웃만을 허용했다. 한 편 식당은 오후 9시까지는 매장 내 취식을 허용했다. 그리고 여기서 '브런치 카페'가 등장한다. 브런치 카페는 음료와 음식을 함께 판매해 음식점으로 분류되는데, 이것이 거리 두기의 빈틈이 되었다. 브런치를 주문한 고객이라면 매장 내 취식은 물론 시간제한 없이 지인과의 담화가 가능해졌다. 번화가를 나가보면 같은 카페인데도 한 곳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한 곳은 테이블을 밀어둔 채 멍하니 손님만을 기다리는 걸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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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도 취식을 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싶지만 분명 문제가 된다. 식당은 식사가 주 목적인 곳인 만큼 손님은 식사를 마치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며, 손님당 체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반면 브런치 카페는 음식을 다루기는 하나 카페의 특성이 더 진한 곳이기에, 고객이 장시간 체류하는 일이 잦다. 따라서 정부는 해당 업장에 대해 별도의 방침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그저 일괄적인 방역 지침을 시행할 뿐. 결국 어느 매장은 웃음을 짓고, 어느 매장은 생사를 오가게 되었다.


이 같은 답답한 대처는 현재 코로나만큼이나 화두가 된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 국내 가금 농장에서 AI가 발견되면서 정부는 선제적인 살처분에 나섰다. AI가 발견된 농장은 물론이고 근처에 위치한 농장이라면 AI의 발견과 관계없이 예방 차원의 살처분을 강행했으며, 지난 22일 기준 그 규모가 산란계까지 포함하여 1992만 마리를 넘겼다. 자연히 그에 따른 문제 중 하나로 산란계의 대규모 살처분에 의한 달걀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달걀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 끝에 정부는 이를 잡고자 '일정 기간 수입 달걀 무관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차례 2017년에 AI 확산으로 달걀값이 급등할 때, 가격 안정 대책으로 수입 달걀 무관세를 적용했던 사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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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달걀 생산자와 유통 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번 AI 발생 이후 무분별하게 살처분된 가금류가 2000만 마리에 육박하지만,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은 미미했다. 업계에서는 수차례 제한적인 살처분 대책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고, 끝내 오르는 달걀값을 '수입 달걀 무관세'로 해결하겠다는 당국의 입장만 드러내 보였다.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농가는 물론이고 소비자에게까지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앞서 2017년에 이번과 같은 조치로 인해 우리는 큰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하반기에 국내산 달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달걀값이 폭락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또 그뿐만 아니라 국내 달걀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상당량의 수입 달걀이 갈 길을 잃게 되었을 때, 정부가 국고를 들여 폐기 처분했던 일까지 있었다.


코로나와 AI에 대처하는 정부는 일관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국민을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빈틈이 너무도 많다. 적용처의 특수성을 고려해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최대한 각 분야에 알맞은 방역 지침을 내려, 피해를 최소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정책과 안일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어딘가에서는 흘리지 않아도 되었을 피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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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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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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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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