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사내에서 버젓이 투기가 판을 치고, 무엇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벌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미흡했다는 것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2009년 한국 토지공사와 주택 공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LH. 택지 개발부터 시작해 주택 공급까지 한 공기업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명분 아래 이명박 정부의 주도로 탄생했다. 효율을 중시했던 만큼 권한 또한 막강했는데, 토지 수용권과 독점 개발권, 용도 변경권 등이 모두 LH라는 한 공기업의 권한이었다. 어디를 개발할지, 즉 어디 땅값이 오를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그들의 위치였던 것. 따라서 국민은 당연히 LH 직원의 투기 및 정보 유출에 대한 예방과 처벌을 위한 법안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식 시장을 예로 국민연금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를 하는 국민연금 펀드 매니저는 개인적인 주식거래가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막힌 상태다. 개인적으로 주식을 구매해 국민연금의 자금으로 주가를 올리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선상에 있는 LH 직원들 또한 마땅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속을 들여다보니 투기판이 따로 없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개발 예정지의 땅을 살 수 있었던 건 물론이고, 현행법상 형사처분은 고사하고 이익 환수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한다.
연일 정부가 강도 높은 비판과 처벌 및 환수를 하겠다 호언장담하지만, 그들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다. 1989년 1기 신도시로 지정되었던 일산과 분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신도시 투기 관련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즉, 이미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명분과 시간이 있었던 것인데 정부는 방치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현재 진행 중인 LH 직원 투기 조사에서도 또 한 번 드러난다. 투기 관련 수사에 있어 다양한 기법과 풍부한 경험, 강력한 수사 권한이 있는 검찰을 이용해 수사를 해도 모자랄 마당에, 정부는 검찰을 제외한 조사단을 꾸린 것이다. 거기에 "개인 정보 조회에 동의한 직원에 한해서 조사가 진행된다" "언제 조사를 하겠다" 등의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관련인들의 증거인멸 시간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게 하고 있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LH 직원들에 대한 처벌을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사실도 드러나며, 이미 LH만이 아니라 그들 모두의 돈놀이 잔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더 화나는 부분은 LH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 '농지'다. 농업계는 일찍이 계속되는 개발로 인해 해마다 농지 면적이 줄어가는 것을 보며, 이러다가는 우리 농업이 존폐의 기로로 내몰릴 것이라 우려를 표했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만 해도 계속되는 개발로 인해, 대저 토마토의 재배 면적이 줄어가는 실정이라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그런데 LH 내부 투기꾼은 '농지'인 땅이 개발지로 선정되면 더 많은 보상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현행법에는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과 농업 법인만이 소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당당히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를 통해 농지를 매입하고, 경작 중인 땅일 경우 더 높은 보상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나무를 심기까지 한다.
이렇듯 그들의 농지 투기가 가능했던 데에는 허술하게 운영한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도 문제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으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농지 소재지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그럼 지자체는 신청인의 영농 능력과 의사, 거주지,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서의 실현 여부를 판단하고 증명서를 발급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만 기재해도 누구나 통과될 수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서류 작성 대행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데, 애초에 실효성을 따져볼 수 조차 없는 상황이다.
농지 관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지가 이렇게 된 것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 농업을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 않던가? 농지가 투기판으로 전락한 데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를 허술하게 운영한 책임도 분명 있다.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다. 오직 우리만이 지킬 수 있는 산업이며,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미래에는 식량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끝내 식량 자급률은 바닥을 치고, 외국산에만 의지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농지 관리에 보다 더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이 필요한 때다. 또다시 신성한 농지가 투기판에 놓이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에야말로 LH를 해체하는 한이 있어도 그들 나아가 연루된 모든 인물의 기만행위를 근절하고 벌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바람은 이번에도 소리 소문 없이 묻히고 잊힐 것 같은 예감이다. LH 내부에서는 국민의 분노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번에도 그들만의 돈놀이를 지키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몇 명만 벌하고 끝을 낼까?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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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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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면》 : 전자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