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한 4월의 봄을 혼자만 알아서 미안해

by 전성배

'리'야. 내가 지난달에 네게 말한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 4월호'를 이번 달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거 알고 있지? 지난 2일부터 하고 있어. 기꺼이 돈을 내고 나의 글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께 그날그날 쓴 글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짜릿하고 감사한 일이야.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글을 드리려면 평소에는 말과 글을 아꼈다가 연재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는 나를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께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일 거야. 그럼 나는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부르며 시작하는 이 글을 쓰고 있을까? 실은 연재에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너를 주제로 한 마음을 말해주기 위해서야.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오늘 한 번 더 깨달았거든. 그러니 독자분들도 이번 글은 이해해주실 거라 믿어. 짧은 글이니까 한 글자도 빼먹지 말고 소리 내 읽어줘.


오늘 아침에 네게 말한 것처럼 나는 지금 동인천이야. 동인천의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싶어서 왔지. 오전 10시가 조금 안돼서 도착했어. 그런데 동인천의 카페들은 대체로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는 거 아니? 우리가 사는 서구보다는 훨씬 한적한 곳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 거기보다 늦은 편이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일찍 온 거고.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홀린 듯이 무작정 집을 나선 거지 뭐. 너무 푸르고 아름답잖아 오늘이. 카페가 문을 열 때까지 남은 시간을 걷기로 했어.


신포시장과 개항장 거리를 걷다가 차이나타운에 도착했어. 이곳은 진짜 적막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주말에는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평일인 오늘은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야. 어디 그뿐인가. 앞서 내가 걸어온 신포시장이나 개항장 거리도 차이나타운 못지않게 조용했어. 평일 동인천의 외연과 내연은 이토록 고요로 가득해. 아마 너는 절대 모를 거야. 9년 차 유치원 선생님인 너에게 월차나 연차 따위는 그림의 떡이라 검은 글씨의 평일을 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주말과 공휴일, 휴가철에만 쉴 수 있는 너는 어디를 가든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감수해야 하지.


그런 걸 떠올리니까 불현듯 씁쓸해지더라? 휴일은 칼같이 쉴 수 있는 너의 공무원급 스케줄에 씁쓸할게 뭐가 있겠냐마는 이 고요를 알지 못하는 네가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어. 네가 나처럼 고요와 침묵을 사랑하는 여자란 걸 아니까. 말하지 않음으로써 사랑한다 말하는 날이 더 많은 우리니까.


나는 지금 그런 생각을 해. 맛있는 걸 먹거나 예쁜 곳에 갔을 때 떠올리는 사랑보다, 상대가 느낄 수 없는 순간을 아파하는 게 더 큰 사랑이 아닐까 하고. 사랑의 크기를 두고 왈가왈부한다는 게 웃기지만, 이번만큼은 네게 더 큰 사랑이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나는 오늘 네가 알지 못하는 순간을 느끼며 너를 생각해. 너를 아파해. 너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에는 이런 아픔 따위는 없으면 좋겠어. 내가 느낀 사랑스러운 고요를 네가 느낄 수 있으려면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지? 노력할게.


하여간 지금은 유유한 4월의 봄을 혼자만 알아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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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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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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