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Jul 27. 2021

큰 슬픔에 묻히는 슬픔

저는 이따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보거나 들을 때면 자주 발을 멈춥니다. 그 이야기가 담담할수록, 이성적일수록 저는 그 이야기에 조금 더 오래 머무는 편입니다. 죽을 걸 알면서도 살아가기 때문일까요? 혹은 죽음을 모르기 때문일까요? 누군가가 말하거나 보여주는 죽음을 제 안의 어딘가로 받아들이는 일은 매번 저를 궁금하게 합니다. 나는 왜 이 죽음을 가만히 보고 듣고 있을까.


그런데 실은 그 이유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언젠간 저도 그들이 말하는 죽음에 닿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간 나도 겪을 그 무언가를 설명해주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을 멈춰 귀를 기울이다가 이내 귀가 아닌 내 안의 어딘가로 흐르는 그 이야기를 그래서 보고 듣습니다. 그리고 이유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매번 그런 죽음을 슬퍼만 하는 게 이골이 나서입니다. 슬퍼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기력을 필요로 하거든요. 당신도 아실 겁니다. 저는 서른하나의 나이에 적지 않은 죽음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때마다 기력을 다할 정도로 슬퍼했는데요. 한 번쯤은 담담하게 죽음을 보내는 감촉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죽음을 대할 때마다 그 문턱까지 따라가는 저의 추모가 매번 저를 초주검으로 만드는 게 너무나 고됩니다.


한 번이라도 죽음에 담담해져 보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슬픈 일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죽음이라는 가장 큰 슬픈 일을 담담하게 보내보면, 세상에 포진해 있는 슬픔이 별것 아닌 게 되지 않겠습니까.


격간 전성배 산문 6월호 11회 '죽어가는 삶'을 쓰던 밤을 떠올리며 - 전성배



[격간 전성배 산문] 과월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구매 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서평 이벤트도 확인하실 수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자님 덕분에 쓰는 삶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http://m.site.naver.com/0Ovac : 홈페이지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 이면》 : 전자 수필


매거진의 이전글 이 하늘을 아주 많이 사랑해 줄 생각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