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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pr 28. 2017

컵과일의 유행으로 보는 이면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수천의 느낌과 수만의 장면이 담기 듯,

이젠 '컵과일'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듯하다. 그만큼 생과일주스 전문점과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 전문점에서도 이 컵과일을 선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시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작년 말부터 인터넷 뉴스를 통해 '소용량' '소포장'이 트렌드라며 여기저기서 얘기가 나오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컵과일 사업에 몸담고 계셨던 종사자분들은 좋으면서도 달갑지 않은, 모호한 기분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갑작스러운 붐의 주역은 역시 SNS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 시스템의 도입은, #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더욱더 파급력을 키워 나갔고, 컵과일과 같은 이색적인 아이템은 공유를 통해 급격하게 퍼져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만들었다. 허나, 이렇게 유명해진 아이템은 너도 나도 따라 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고, 경쟁 과잉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초기 종사자분들에겐 엄청난 부담감과 경쟁, 그로 인한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더 다양한 선택과 가격으로 접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동종업계의 경쟁은 더 나은 상품의 개발과 서비스로 이어지니,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이지 않은가.

그러나 인기 품목이라며 너도 나도 거기에만 뛰어드니, 어디를 가든지 그 가게들 뿐이게 돼버렸다.

오늘은 불금, 몇 시간 후면 사람들이 번화가로 쏟아져 나오겠다. 그곳은 휘황찬란한 불빛과 음악, 목소리가 넘쳐나고, 다양한 술집과 음식점이 손님을 맞이하겠만, 뻔한 술집과 치킨집, 고깃집, 뽑기방 등 어디를 가든 비슷한 가게들과 같은 이름을 지닌 '프랜차이즈'가 난무할 것이다. 이건 동일 상품군의 경쟁으로 인한 다양성은 높아졌으나 개성은 사라진, 세상의 단면을 뜻한다.


한 가지의 색을 글라데이션 주어 고르라 얘기하는 듯하다. 결국 이러한 구조의 정점은 대기업의 독식으로 변모할 것이다. 지금까지로 보아, '변모한다'가 맞겠다. 


과일 하나만 두고 보자. 과일 유통의 최대 회사인 'DOLE' 과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이미 컵과일을 내놓았으며, 더 나아가 소포장 과일도 선보이면서 소용량ㆍ소포장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가까운 생과일주스 전문점인 '쥬씨'도 과일 도시락과 컵과일을 내놓으며 그 반열에 수저를 올렸으니, 결국 기존에 컵과일 하나로 수입을 내던 업자들은 너도 나도 어렵단 얘기를 달고 다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상품의 개발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너도 나도 베끼기 식에 영업은 위험한 리스크가 따른 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바나나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의 바나나 품종은 '캐번디시'로 과거, 최초의 품종은 '그로 미셸'이라 불렸다. 바나나는 씨로써 번식하는 것이 아닌 재배 후에 그 자리에 자라난 어린 줄기를 옮겨 심는 것으로 새로운 바나나를 수확한다. 허나, 그러한 구조는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졌기에 '파나마병'이라는 전염병을 이겨내지 못해 순식간에 그로 미셸은 멸종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연구진들에 의해 캐번디시라는 품종이 새로 개발되면서 시중에 자리 잡게 되었지만, 또다시 변종 파나마병이 등장해 과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려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는 얼마 전 있었던 '대형 카스텔라' 사건이다. 엄청난 붐으로 너도 나도 어린 줄기를 심어 가게를 키워놨더니, '먹거리 X파일'이라는 전염병 때문에 힘도 못 쓰고 개체가 줄어 거진 멸종 위기에 놓여 버렸다.


무작정 유행을 따라간다는 건 개성 있는 현시대의 모순이지 않은가, 같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수천의 느낌과 수만의 장면이 담기 듯, 다양한 먹거리, 다양한 장소, 다양한 컨셉이 시장을 채웠으면 좋겠다. 그저 '무엇이 인기가 좋더라'하며 따라 하고, 결국엔 대기업의 독식으로 치닫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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