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얼마까지만 하는 게 좋겠어요.

민간판 김영란법

by 전성배

정부가 청탁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준용한 권고성 일종의 '민간판 김영란법'을 준비한다고 알려지면서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업계의 주장은 아무리 권고성이라고 해도 정부가 선물 가액의 가이드라인을 정해두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는 것이다. 작년 추석과 올설날에 정부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농업계를 환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선물 가액선을 상향한 적이 있는데, 두 명절 모두 두드러진 매출 신장을 기록하면서 농업계가 적어도 명절에는 선물 가액 범위를 지속적으로 상향해 줄 것을 요구하던 중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두 명절의 매출만 보아도, 현행 김영란법이 공직자가 아닌 대다수의 국민에게 그동안 어떤 이미지를 주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어찌 여기에 기름을 더 부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영란법은 모두가 알다시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6년에 시행되었다. 법안이 제정된 결정적 계기는 2011년에 현직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을 대가로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있다. 당시 법원은 해당 사건을 두고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선물성일 뿐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이때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방지 법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이 2012년에 발의되었고, 2015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6년에 시행되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법의 제정 배경과 취지, 실제로 담고 있는 내용 모두 공직자를 향하고 있어 민간에는 해당되지 않는 법이었지만, 실제로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국민들의 소비까지 위축된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당시 나는 시장에서 한창 대목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방문하는 사람마다 김영란법을 거론하며 얼마 이하의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다. 결국 당시에 선물용으로 판매하던 상품의 대부분을 법이 제한한 금액대에 맞춰 재정비해 명절 장사를 해야만 했다. 나 또한 법의 적용 대상 범위를 명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하니 청렴 선물 권고안을 시행하려는 정부에게 농업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선물 문화에는 알게 모르게 어떤 의도가 담기니 말이다. 선물의 금액이 크면 클수록 받는 당사자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로 보답하거나, 적어도 그에 준하는 선물을 상대에게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결혼식 축의금마저도 서로가 해준 금액이 달라 부딪히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차라리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서로에게 부담이 덜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개인의 영역이다. 나라가 나서서 민간에게까지 기준을 제시하고 따르길 강제하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 되며, 지금처럼 권고안을 내미는 것조차 납득할 수 없다. 농업계가 말하는 것처럼 필연적으로 국민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겨, 소비를 위축되게 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선물 가액선을 올린 명절과 그렇지 않은 명절의 매출이 확연히 다른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아울러 권고 사항일 뿐이라면 어차피 우리나라 선물 문화의 기저에 있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해결될 수 없다. 실효성 없이 농축수산물의 소비만 더 위축시킬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대체 업계 전체가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강제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권고안 시행을 앞두고 농축수산업계가 계속해서 반대 성명을 내고 있는 지금.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청렴 선물 권고안이 추석 전에 시행이 될지 철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격간 전성배 산문] 과월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구매 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서평 이벤트도 확인하실 수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자님 덕분에 쓰는 삶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http://m.site.naver.com/0Ovac : 홈페이지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 이면》 : 전자 수필집


매거진의 이전글잦은 비로 젖은 5월에 사과는 믿음과 함께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