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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Sep 15. 2021

너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

책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를 낸 뒤 나는 가까운 이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는 이 책을 집필하던 작년 가을과 겨울부터 나는 이미 가까운 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 비스름한 무언가를 더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사실까지 포함한다면, 가까운 이를 향한 나의 사유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나의 동료, 친구와 연인, 아버지와 누나다.


사과, 배, 딸기, 멜론 따위의 농산물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의 인연을 떠올리는 일이 별나 보이지만, 사실이다. 나는 농산물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사람의 인연을 생각한다. 특히 귤이나 토마토처럼 내가 유독 더 좋아하는 농산물을 주제로 글을 쓰는 날에는 그것에 관한 인터넷 자료와 농부, 업계 선배들의 이야기를 추릴 때면 ‘아..’하는 탄식과 함께 촬영을 위해 마련해 둔 농산물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을 정도다. 그토록 오랫동안 좋다며 먹어 온 것치고는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팔았던 지난 수년을 돌아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 안다며 사람들에게 버젓이 상품으로써 판매하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돈을 벌고 삶을 배불렸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라니..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게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다. 이만하면 나는 이것에 대해 그리고 당신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당신에 대한 사유도 새로운 사실이 있을 거란 호기심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속단한 것이다. 그 오만함이 가까운 이들을 더 모르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농산물에 사람의 인연을 연결 지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오랫동안 가까이서 함께하며 자연히 알게 된 것들이 그의 전부일 것이란 착각이 농산물과 사람의 인연에 똑같이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가까운 이들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과 횟수만큼 그들에게 질문을 한다. 취향과 고민 같은 입으로 뱉어야 알 수 있는 것들은 묻고, 습관처럼 바라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은 오래오래 그들을 주시하며 알아가고 있다.



https://forms.gle/NRFEmjrWhsqgToAQ8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http://m.site.naver.com/0Ovac : 홈페이지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 과월호 / 연재 수필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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