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이 비만 뿌리는 걸로는 만족스럽지 않은지, 바람을 부추겨 애꿎은 은행잎도 함께 열심히 떨어뜨리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오늘 오후가 조금 더 소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축산물품질관리원의 청탁으로 '축산물 등급제'와 '축산물 이력제'에 관해 농부님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글을 쓴 걸 마감하고 오는 길입니다. 지난 토요일부터 작업한 글이 오늘 오전에야 마무리된 것인데요. 작성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글을 쓰기까지 해야 했던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수일을 써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축산물 이력제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이지만, 축산물 등급제는 담론이 끊이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나 그만큼 단점도 눈에 자꾸 밟혀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마무리했으니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겠죠? 이번 원고 작업에 도움을 주셨던 농부님은 전북 정읍시 북면에서 '소다움' 브랜드를 내걸고 '다움농장'을 운영하시는 '손영수' 씨였습니다. 당초 축산물품질관리원 측에서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를 보고, 농부와의 대화를 담은 에세이 형식으로 이번 원고를 써주길 희망해, 손영수 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무작정 연락을 드려 축산물 등급제와 이력제에 관한 생각들을 여쭤봤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대답해 주신 데다 현 목축 산업의 문제점과 추구하는 목축 시장의 모습까지 성실히 말씀해 주셔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손영수 씨가 추구하는 사육 방식이 현재 많은 분들이 원하고 있는, 동물 중심의 사육 방식에 그대로 가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손영수 씨의 행보를 앞으로 주기적으로 독자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손영수 씨는 수년 전부터 소를 소답게 기르자는 스스로의 원칙을 만들어 초지 방목 사육으로 소를 기르고 계십니다. 초지 방목 사육이란 말 그대로 초원을 조성해 소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손영수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초식 동물인 소가 마음껏 풀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목초 사육까지 접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등급을 받아야만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관계로, 육성기인 15~16개월까지만 초지 방목과 풀을 먹이고, 이후에는 축사에서 곡물을 먹이며 성체까지 키워 출하시키지만, 이때도 최대한 소를 생각하는 사육 방식을 고수하십니다. 소가 생활할 축사 공간을 최대한 넓게 만들고, 직접 만든 발효 곡물을 먹이는 것이죠.
현재는 여러 제한점으로 목초 사육과 곡물 사육을 병행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100% 목초 사육으로만 소를 길러내고 싶다고 손영수 씨는 말합니다. 아울러 시중에 유통하려면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마블링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기존 구조를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말하며, 판로 확보를 위해 지금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손영수 씨를 쭉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의 걸음이 세상이 바라는 방향과 '소'라는 생명이 바라는 방향에 조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또 이런 분들의 소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기 위해 그들의 글도 열심히 써볼까 합니다. 독자분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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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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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 과월호 / 연재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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