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Jan 31. 2022

기어이 살겠다고

종간 인사

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13회 ‘기어이 살겠다고’를 끝으로 새겨울호 연재가 마무리되어 늘 그랬듯 별도의 지면으로 종간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밤 10시 발송) 한 달간 새겨울호를 연재하면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건 처음입니다. 물론 2회차 글을 보낼 예정이었던 1월 5일에 작지 않은 사고를 쳐 다음 날 긴급 공지를 드리기는 했지만, 그것을 인사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인사가 늦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더불어 첫인사가 끝인사인 점도 죄송합니다. 독자분들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잠깐 말씀드렸듯 이번 연재는 시작부터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1월 5일에 보내기로 했던 2회차 글을 쓰지 않은 것인데요. 돈을 받고 글을 써 보낸다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마감일을 지키지 않았다는 건, 그 어떤 핑계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까지도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부랴부랴 글을 써 하루 늦게 보내드리기는 했지만, 다음번 연재에서는 결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글쓰기뿐만 아니라 몸도 잘 챙기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연재 또한 열세 편의 글로 마무리되었고, 공교롭게도 그중 절반 분량인 여섯 편의 글에서 죽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반이나 되는 분량에 죽음이 직간접적으로 그려져 있다 보니, 몇몇 독자분들이 조금 무겁게 느끼시기도 제게 우려를 표하시기도 하셨는데요. 지금도 그 우려가 담긴 메일이 몇 통 도착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라서, 중간중간 환기를 위해 죽음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써 나머지 절반 분량을 채우기는 했지만 소용이 없었나 봅니다. 살면서 누린 모든 희로애락을 끌어안고 가겠다 억척을 부려도, 죽음 앞에서는 결국 힘없이 두 손을 놓고 헛헛해지는 것처럼. 글을 받아보시는 내내 염려하고, 무거우셨을 독자님께 또 한 번 죄송합니다.


자꾸 사과만 하게 되네요. 많은 이들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숨을 뱉을 때 함께 뱉는 마지막 말에는 ‘사랑해’보다 ‘미안해’가 더 많다고 합니다. 저는 매번 연재를 할 때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생을 부여받은 하나의 생명이 되어 글을 씁니다. 그렇기에 연재를 끝맺는 종간 인사에 사과가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겨울은 세밑의 끝과 새해의 문턱에 균등하게 발을 걸치는 계절입니다. 이에 저는 겨울을 구舊겨울과 새新겨울로 나눠 이번 달 내내 여러분께 새겨울만을 이야기했습니다. 의미만 보면 꼭 봄에 피는 새순처럼 희망찬 이야기만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죽음과 가까운 이야기를 주로 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야 말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은 새겨울이지만, 사실 겨울은 많은 것이 숨죽여 살거나 아예 죽어버리는 계절이지 않습니까. 죽음을 자꾸 떠올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그저 무심히 써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그 염려와 짐을 내려놓으시고 다가올 봄을 기쁘게 살아주시기 바랍니다.


연재를 함께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연재는 언제가 될지 미정입니다. 당분간은 농부님들의 인터뷰와 청탁 받은 글을 쓰는 데 더 많은 힘을 써야 할 것 같거든요. 그래도 계절마다 한 번씩은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 인사가 ‘미안해’가 아닌 ‘고마워’라서 참 다행입니다. 마음 같아선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스스로가 조금 징그러워져 속으로만 아주 작게 발음하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사랑해’라는 말이 아직 부끄러운

전성배 드림.


※ 새겨울호가 궁금하신 독자분들께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지난 이야기

※ 수익금은 작가의 집필 활동과 농가 홍보를 위해 쓰입니다.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http://m.site.naver.com/0Ovac : 홈페이지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 과월호 / 연재 수필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의 총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