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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pr 10. 2022

우리는 빈 공간에 서 있다. 어쩌면 세상까지도

<너를 애도하는 날에도 나는 허기를 느꼈다-전성배>를 말하며.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원자다. 어떤 한 물질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상태까지 쪼개면 거기에는 원자가 있다. 그것은 생명체와 비생명체를 모두 아우르는 진리다. 즉 당신과 나는 물론이고, 당신이 몸을 누이는 침대와 손에 쥐는 펜마저도 근원은 같다는 의미다. 이는 자그마치 2000년이나 걸려 인류가 찾아낸 문명의 최고 산물이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1918-1988)이 어떠한 재난으로 인류가 모든 과학 지식을 소실했을 때, 인류에게 단 하나의 문장만을 남길 수 있다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진실은 인류의 견문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키고, 뻘짓을 줄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우리는 결코 서로를 만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우리의 존재는 어쩌면 텅 빈,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자의 실체 때문이다.


원자의 구조는 (+)전하를 띤 양성자와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과 원자핵 주변에 구름처럼 떠다니며 확률로 존재하는 (-)전하를 띤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크기는 모든 물질의 최소 단위인 만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핵과 전자의 거리는 상상이 가능하다. 원자 하나를 축구장만한 크기로 확대하면, 원자핵은 축구장 가운데에 놓인 작은 구슬 정도의 크기이고, 구름처럼 떠다니는 전자는 그 주위를 떠도는 먼지 한 톨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빈 공간이다. 하나의 원자는 극도로 작은 원자핵과 그보다 더 작은 전자 그리고 이외에는 무엇도 없는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자그마치 99.999999%가 비어있는 것. 인간 한 명을 예로 원자의 빈 공간을 모두 빼면 기실 우리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하다. 우주에 비하면 인간은 먼지에 불과하다라는 말은 우주에 비할 것도 없이, 실제로 우리는 먼지 정도의 크기일 뿐인 것이다. 그런 원자의 집합으로 세상이 존재한다.


우리는 무량의 허무로 존재한다. 당신과 내가 맞잡은 손에서 오가는 체온과 감정의 실체가 실은 허무 위에 핀 착각이라 생각하면 무한한 외로움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셀 수 없는 밤을 함께하고 싶다. 허무를 욕구로 무마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빈 공간에 우리가 서 있지 않은가. 그런 먼지만한 의미로 우리는 지금도 각자를 설명하고, 어쨌든 사랑하는 당신과 사랑할 내가 존재한다. 되레 원자의 실체를 알게 되어 고질병같은 고독과 우울이 실은 인간의 디폴트 같고, 근본적으로 공허하기에 나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 너를 애도하는 날에도 나는 허기를 느꼈다 ]

수익금은 작가의 집필 활동과 농가 홍보를 위해 쓰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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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田性培 : 1991년에 태어났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발행인이며, 농산물을 이야기하고 농부를 인터뷰한다. 농업계 이슈에 관심이 많고, 여러 주제로 글을 쓰지만 대부분 삶의 테두리 안에 머문다. 지은 책으로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농부에게 도움이 될 글을 쓰는 것과 더불어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_seong_bae : 미문美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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