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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ug 01. 2022

마음과 얼굴이 좀처럼 맞지 않던 당신께

맑다던 소식과 달리 하늘이 흐리고 이내 비가 내린 날이 있었죠. 흐리고 비가 내린다고 했던 소식과 달리 하늘이 맑고 이내 마른 볕까지 내려앉은 날도 있었고요. 짐작과 실제가 좀처럼 마음을 맞추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혼란한 세상에서 당신은 지금 평안하신가요. 네, 저는 지금 당신의 안위가 몹시 궁금합니다.


저는 매년 이맘때면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은 늘 겉과 속이 달랐죠. 나쁜 쪽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쪽으로요. 늘 웃는 얼굴을 한 채 아픔이나 슬픔 따위는 잘 모른다는 얼굴로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작은 입술로 싫은 소리 한 번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런 당신의 배려와 희생과 사려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인데요. 한때 우리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가까운 사이였을 때, 저는 상반되는 당신의 안과 밖을 알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지금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적어도 저만이라도 아니 저만은 알고 있었다면 당신의 마음이 곪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을 텐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사이 수많은 사람들을 동료, 친구, 연인 등의 이름으로 만났지만, 저는 아직도 당신과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십여 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당신과 같은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누구나 쉽게 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의미일 테고요. 그만큼 특별한 당신.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혹은 당신보다 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세상은 당신과 같은 사람이 연결하고 잡아 주어야만 겨우 유지될 수 있는 누군가의 형편없는 졸작이니까요.


삼십 년을 넘게 살아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이기적인 사람과 소수의 악인에 의해 중구난방 지어진 세상이 당신과 같은 사람이 이음매를 자처함으로써 겨우 유지되고, 볼 만한 작품이 된다는걸요. 해가 갈수록 당신이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마음을 품고 다른 얼굴을 한 채 살 수 있었습니까. 그때 물었다면 좋았을걸. 아쉽습니다. 아니 당신의 배려로 살던 당시의 내가 그걸 물을 리 만무하겠죠. 설령 묻더라도 당신의 대답을 이해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그저 바라기라도 해 보는 겁니다. 지금 당신을 만난다면 이번에야말로 묻고 싶다고. 어찌 그리 다르게 사느냐고. 어찌 얼굴과 마음이 그리 따로 노느냐고. 아마 당신은 명료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질문을 함으로써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을 안다고. 그 마음과 얼굴이 다르다는 것과 나도 당신에게 배려와 희생과 사려를 줄 수 있다고.


지난 7월 31일 인천은 진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일기 예보에서는 8월 첫째 주는 내내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 30도가 훌쩍 넘는 더위와 함께 온도를 가늠할 수 없는 땡볕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당신이 또 어딘가에서 마음과 얼굴을 따로 놀리고 있나 봅니다.



<너를 애도하는 날에도 나는 허기를 느꼈다>

※ 책 판매 수익금은 집필 활동과 농가 홍보를 위해 쓰입니다.




전성배田性培 : 1991년에 태어났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발행인이며, 농산물을 이야기하고 농부를 인터뷰한다. 농업계 이슈에 관심이 많고, 여러 주제로 글을 쓰지만 대부분 삶의 테두리 안에 머문다. 지은 책으로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농부에게 도움이 될 글을 쓰는 것과 더불어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_seong_bae : 미문美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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