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당신을 어떻게 쓸까.

최재혁 딸기 농부

by 전성배

오늘은 최재혁 농부님을 뵈러 갑니다. 지금 이 글은 농부님의 농장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32분. 이번 글에는 농부님을 만나 뵙기 전과 후를 모두 싣고자 합니다. 글의 특질은 지나간 것의 기록이고 그것은 불변의 법칙이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기록해 보고 싶습니다. 그마저도 과거를 면치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임금의 옆에서 모든 걸 기록하는 사관처럼, 속기로 오늘의 순간을 이 글에 적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방문 사유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촬영 및 추가적인 인터뷰를 위해서입니다. 한차례 전화 인터뷰 당시 굵직굵직한 건 다 여쭤봤지만, 농장에 방문해 농부님을 대면하면 그 순간에 떠오르는 질문들이 늘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매번 전화 인터뷰 당시에는 “촬영 겸 인사드리러 갑니다.”라고 말씀드리지만.. 자꾸만 약속을 어기게 되는데요. 단, 저만의 탓(?)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과 달리 농장에 막연히 머물며 이것저것 여쭙는 저를 농부님들이 매번 나긋한 미소로 바라보며 대답해 주시니, 자꾸만 어길 수밖에요. 융숭한 대접에 자꾸만 더 오래 머물 수밖에요.


분명 최재혁 농부님께서도 그럴 겁니다. 구태여 자신의 시간이 가장 여유로운 날을 골라 찾아와주길 희망하셨으니까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최대한 긴 이야기는 나누지 않으려고 합니다. 딸기의 본격적인 수확철인데다 농부님은 체험 농장까지 운영하고 계셔서, 평일에도 방문객을 상대해야 하시니 많이 바쁘실 겁니다. 더욱이 내일은 토요일, 체험 농장을 방문하실 고객님들을 위해서라도 농장을 손보기도 해야 하니, 대화와 촬영 모두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자, 그럼 여기까지 적고 농장 방문을 마친 뒤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2

농장을 방문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이어서 적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역시 과거를 면치 못했습니다. 날씨가 조금 흐리기는 하지만, 최재혁 농부님의 농장은 한창 방문객들로 붐빌 텐데요. 이실직고하면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약 한 시간 반이나 농부님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농부님과 비교하면 적은 시간이지만, 금요일인 어제는 평일이었는데도 불고하고 방문객이 많았던 터라 농부님께서 저 때문에 더 분주하게 움직이셨거든요. 한 시간 반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었고, 농부님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전화 인터뷰 당시에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해가 부족했던 이야기를 보충할 수 있었지만요.


이번 대화는 주로 농부님 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화 인터뷰에서는 주로 농부님의 안에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번에는 딸기의 생육 방식, 농장 운영에 필요한 실질적인 이야기, 금리 인상과 국제 원자잿값 상승이 딸기 농사에 끼치고 있는 영향, 맛있는 딸기를 고르는 법과 딸기를 따는 법 등등, 농부님의 외연에 놓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농부님의 아내분께서 내어 주신 직접 딴 딸기도 맛보았는데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딸기라고 해도, 가장 맛있는 딸기였습니다. 설향 딸기 맛이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결국 딸기 1킬로를 충동구매하고 말았네요. 비록 여러분께는 이 맛을 직접 전해드릴 순 없지만, 앞으로 쓸 인터뷰에서 활자로 최대한 생동감 있게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역할은 거기까지.


그럼 글을 완성한 뒤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어제 농부님의 농장을 찾아 느꼈던 솜사탕을 닮은 딸기의 단내와 초겨울의 추위에도 오로지 한낮에 뜬 볕으로만 몸을 달궜던 하우스의 온기를, 그 빛줄기를 빠짐없이 적도록 하겠습니다. 문득, 지금 이 순간 이 글만큼은 과거를 면한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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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몰라도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농부와 농산물을 주로 이야기하고, 삶에 산재한 상념을 가끔 이야기한다. 생生의 목표는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계속해서 농가를 위해 농부와 대화하고 그들의 농산물을 알리는 것이다. 그 글은 주로 밤이 비유하는 죽음의 위에서 쓰일 것이다. 조금 더 바라도 된다면 농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당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aq137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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