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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Jul 07. 2023

당신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

골디락스 goldilocks라는 말이 있죠.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를 뜻하는 말. 경제 분야와 마케팅 분야에서 두루 쓰이는 개념인데, 천문학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천문학에서의 골디락스는 ‘골디락스 존 Goldilocks zone’이라고도 불려요. 어떤 모항성(지구의 경우 ‘태양’) 주위의 공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우주 공간의 일부 영역을 일컫는 말로 ‘생명 가능 지대 habitable zone ’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죠. 골디락스가 뜻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천문학에서는 생명이 태어나 유지될 수 있는 상태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지구가 지금보다 더 태양과 가까웠다면 금성처럼 불지옥의 행성이 되어 생명이 태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 반대로 태양과 멀리 있었다면 천왕성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그건 그거대로 생명이 태어날 수 없었겠죠. 지구가 그야말로 아주 적당한 위치에 존재한 덕분에 인간은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더위와 추위를 느끼며 존속하고 있는 겁니다.


림태주 작가는 자신의 책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속 ‘우리는 적당히 외로웠어야 했다’ 편에서 이 골디락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요. 골디락스를 정확히 발음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은 골디락스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될 수 있어요. 작가는 글에서 관계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너무 가깝게 지내지도 너무 멀게 지내지도 않는 적당한 선. 그 거리감이 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인간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벌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정 체온을 회복해야 한다고. 그렇게 한없이 외로워져서 당신과 내가 더욱 애틋하고 간절해졌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가슴 밑바닥에서 퍼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죠.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은 저의 글은 ‘서로를 많이 사랑하지 않는 친구’입니다. 저는 이 글을 쓴 뒤에야 림태주 작가의 문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조금의 연결점도 없던 그와 내가 관계에도 골디락스 같은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놀라웠고, 서로 다른 결말에 다다랐다는 것에서는 묘한 희열을 느꼈어요. 우리는 관계에도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지만, 림태주 작가님은 그로써 더 애틋해질 수 있다는 결말에 다다른 반면 저는 그 거리감 그대로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적당히 사랑하는 것으로 너무 실망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않는 게 당신과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는 믿어요.


저는 당신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고 싶습니다. 너무 많이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바람에 마음도 너무 굳어져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어지는 일이 없게. 웬만한 충격에는 부서지지 않게. 그렇게 오래오래 당신을 곁에 두고 싶습니다.



<많이 사랑하지 않기>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건 슬프지만, 반대로 나를 사랑해 주는 만큼 내가 사랑해 줄 수 없는 상대가 다른 누군가와 나보다 더 가깝다면 안도하게 된다."

https://brunch.co.kr/@137tjdqo/850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이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aq137ok@naver.com

https://litt.ly/aq137ok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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