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완두콩 주택
서울에 올라온 지 14년이 되었고 그동안 10번의 이사를 했다. 한 곳에서 오래 살려고 해도 매번 사정이 생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사의 가장 큰 동기는 돈을 더 주고 계속 사느니 여건에 맞는 더 나은 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회사에서의 경력이 쌓이면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올라 보증금을 올리면서 매월 나가는 월세를 조금씩 줄일 수 있었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50으로 시작해서 10번의 이사를 거쳐 전세 1억의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 출퇴근이 편리한 2호선 역세권이라는 장점까지 있었지만 여전히 침대에서 욕실과 주방이 한눈에 보였다. 사실상 집이라기보다는 ‘방’에 가까운 원룸이 1억 인 현실이다. 게다가 괜찮은 ‘방’은 경쟁이 치열해서 전세 자금 대출을 받는 세입자보다는 대출이 없는 세입자를 원한다.
세입자로 전전하기보다는 차라리 대출을 더 받아서 내 집을 사는 꿈을 꿔보기도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기에는 대출 한도가 턱없이 부족했다. 대출을 더 받아야 더 나은 집에서 살 수 있는데, 실상은 학자금 대출도 다 갚지 못해 더러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는 게 서울에 사는 청년들의 현실이다. 집 구하는 일이 힘들어질 때마다 SH공사의 웹사이트를 분석하듯 둘러봤다. 사실상 혼자 사는 청년을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은 한정적이다.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다세대를 매입해 리모델링 후 임대하는 형태, 보증금 지원형 정책, 그리고 사회적 주택 등이 있다. 최근에 민간을 중심으로 공유주택이 많아지고 있지만 한 달 월세가 50~15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원룸보다 더 비싼 셰어하우스도 많다. 멋진 인테리어와 커뮤니티의 강점을 강조해서 마케팅하고 있지만, 변형된 임대업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열악한 청년 주거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 중 가장 기대할만한 것은 공유주택 모델 중에서도 사회적 주택이 아닌가 싶다. 주변 시세의 80%의 가격에 임대를 하고 전세 자금 대출도 가능할뿐더러 주거 공간도 일반 원룸보다 쾌적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몇 안 되는 사회적 주택 중, 정릉의 ‘완두콩 주택’을 다녀왔다.
평소 이용할 일이 잘 없는 ‘우이신설’선 지하철을 타고 정릉 역에 도착했다. 정릉 역에서 완두콩 주택까지 걸어가면서 본 지역의 인상은 서울의 오래된 동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주택과 새로 지은 아파트가 묘하게 섞여 있었다. 아파트는 으리으리한 브랜드 간판을 달고 보이지 않는 경계가 쳐져있는 것 같았다. 산을 깎아 만든 동네라 경사가 꽤나 심했다. 10~15분쯤 걸었을 때 오래된 주택들 사이로 세련된 디자인의 ‘완두콩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완두콩 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권영준 님을 통해 사회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위 글은 제가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인문360'에 10월 기사로 작성된 글입니다.
한달에 한 번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전문은 아래 인문360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82.do?mode=view&cid=2365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