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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고마워

by 윤슬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니다.


리 엘리어트의 올해 마지막 공연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난 아직 빌리를 보내지 못했다. 못 해도 1일 1 빌리는 하는 중이다.

영화는 진작에 봤지만 뮤지컬을 볼 생각은 못 했었는데, 최근에 뮤지컬 바람이 들어 볼 수 있는 건 다 보자라며 홀리듯 예매했었다.


결론은? 바로 그 주말에 빌리 엘리어트 영화와 뮤지컬 라이브 소장본을 구매하고 재생했다. 영화와 뮤지컬 각각의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한 번 본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빌리는 자꾸 보고 싶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다시 뮤지컬 얘기로 돌아와서, 사전에 일부러 뮤지컬에 대한 정보는 전혀 찾아보지 않고 관람했는데 그랬던 나를 정말 칭찬한다. 뮤지컬은 아무래도 영화보다 극적인 요소가 많은데, 예상도 못 한 백덤블링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마스크 안의 턱이 자꾸만 빠졌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뽑을 'Electricity' 넘버가 나오는 장면은 나를 갑자기 다른 공간으로 데려갔다. 아니, 공간은 그대로인데 무대 밖의 공간에는 나밖에 없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 혼자 무대를 보고 있었다. 내 눈과 귀는 노래를 듣고 무대를 보고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입력이 되지 않았다.

평일 저녁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역 안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자 주변의 소음이 멀어진다. 그 사람과 나만 멈춰있고 모든 사람들이 잔상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그런 기분?



Like a fire deep inside
Something bursting me wide open
Impossible to hide


그리고 난 눈물을 흘렸는데, 뮤지컬이 끝나고 생각을 해 보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꿈이 있다는 것, 그 꿈을 포기할만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래하는 소년, 그리고 그 반짝거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 특히 나는 인생에서 무언가를 크게 갈망한 적이 없었는데, 내 모든 것을 걸고라도 걷고자 하는 길이 있는 인물에 항상 쉽게 감동한다. 그렇지만 이것들을 머리로 생각하며 운 것은 아니다. 이건 단지 끝난 후에 내가 왜 울었는가를 생각해 본 것이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난 그 장면이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물론 뜬금없이 그 장면만 잘라서 누가 보여줬다면 그건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들이 모여 그 장면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었고 나도 모르게 그 흐름을 따라간 것 같다. 내가 뭐라고 쓰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이 뮤지컬을 보며 왜 울었는지 묻고 싶다.


정말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로 인정한다.


끝으로 여기는 나의 공간이니 하고 싶은 말 세가지만 더 하고 싶다.


Electricity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여기이다. It's like that there's a music playing in your ear But the music is impossible, impossible to hear

데비가 발레리노에 대해서 하는 말이 있다. 경기는 못 이겨도 체력은 뒤지지 않을 거라고. 정말 잠깐 취미 발레를 한 적이 있는데 아주 크게 공감한다. 점프를 조금만 해도 어찌나 숨이 차던지. 그래서 빌리가 더 대단해 보인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발레 학원에 등록한 '나' 칭찬해!

공연 시작 전, 포토존에서 만난 분께 감사드린다. 혼자 가서 점프샷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그분이 먼저 점프샷을 찍고 싶다고 접근(?)해오셔서 나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너무 맘에 드는 사진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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