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자'
이 말 하나에 세상은 울렸다. 아니, 세상만 울렸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는 먼 곳에 있었고 수가 적을 거라고 여기던 반대편엔 나와 같이 아픔으로 멀어져버린 사람들까지 모여 있었고 새로운 시간에 잘 적응하며 서로를 빛내고 있었다. 수로도 밀리고 능력으로도 밀리는 나는 반대편에서 하염없이 반댓말을 했다.
'힘내지 말자'
사실은 힘을 내는 것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래서 더이상은 힘내서 일어서 볼 자신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내려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새로운 행동이라고 하니 새로운 행동들도 해봤지만 그 속에서 시작부터 힘내지 못한다는 게 나의 체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하나가 안 되면 바로 반대편으로 나아가진 않지만 나는 안정감을 찾아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집이었고 집이 학교나 거리보다 안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다음으로 올라가기 위해 사라졌던 힘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없었던 게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생길리는 없었고 지치고 나니 자꾸만 나를 여러번씩 배신하던 노력을 돌아서고 싶었다.
마음의 변화에게도 실망이 컸다. 그래서 내가 힘을 되찾음으로써 되갚아주고 싶었다. 힘내지 말자는 못난 다짐이 익숙해져서 힘내지 못하는 매일들을 보내야 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행동도 무의미하다며 계획에서도 지워버렸고 나에게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행동들을 할 때는 남의 시선을 아주 많이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땐 잠깐 내가 힘이 난 것 같았지만 누군가의 시선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기계처럼 금방 꺼진다는 걸 깨닫고 더이상은 지속하기 힘든 그 순간만을 위해서 살아가지 않기로 했다.
힘을 내려고 하니 힘이 없었고 그래서 그 다음은 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나에게 보통의 의지가 생길 순간이 나의 소중한 시간들을 바꿔놓을까봐 두려워했다. 마음이 여유롭지 않아서 여유의 시간 없이 바로 반대편의 선택을 했지만 그 역시 이전의 선택처럼 나를 붙잡히게 만들었다. 힘내자는 말도 힘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다 날 위해서 하는 건데 왜 나의 일상과 마음엔 변화가 없는 건지 궁금했다. 모든 마음들이 엇박자가 되었는데 그게 나만의 음악인듯 계속해서 연주하고 있는 것 같았고 여유 없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내버려두는 게 많았다. 그게 맞다는 생각에서였고 힘들 때 한 선택들은 대부분 결과가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바꾸려는 선택은 매일 겪는 힘듦에서 벗어난 뒤에 하기로 했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선택은 아픔을 덜 아프게 할 선택밖에 없다는 걸 정말 자유로워진 이후에야 깨달았다. 힘내자라는 말을 마음으로만 되뇌이기로 했다. 말과 함께 여러 고민들과 기억들이 따라 와서 확신을 가지게 하진 못했지만 그만큼 의지를 갖는 것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요즘엔 한가지를 알게 됐을 때 그 안에서 좋은 것만 얻으려고 한다. 미움이 가득 찬 조언은 그리로 가진 않겠다는 방향의 전환으로 나타나고,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을 볼 때에는 미안하지만 이전의 아픔을 걷어내고 일어서는 모습만을 마음에 담으며 응원하려 한다. 그리고 나를 볼 때엔 내가 전체적인 내가 아니라 나의 일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의 노력들을 했는지 바라보려고 한다. 힘내자는 말을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되뇌어도 마음은 깨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마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이 말해야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보여지는 나보다 나의 마음이 먼저라는 거였다.
'힘내자(그 힘낸 하루로 내일이 버거워지지 않을까?) 힘내자(그래도 힘낼 수 있을때까지 힘내보는 게 맞는 건가?)
주로 이런 형식의 마음 속 혼잣말로 얼려진 마음을 깨울 수 있었다. 마음에게 굳이 좋은 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현실적인 조언을 할 필요도 없었다. 마음은 존재가 커서 좋은 말들과 안 좋은 말들 모두 듣지 않고 자랐다. 결국은 듣는 입장인 내가 마음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판단은 마음이 해주고 결정도 마음이 해줬다. 나는 그 가치와 내 바램들의 무게를 모른척했었다. 그러느라 많이 늦어졌고 마음의 속도 또한 오랫동안 멈춰있어서 따뜻한 것들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못난 마음에 안달이 날 사람들과 그런 나를 참담하게 바라볼 내가 원하는 것은 거기서 모든 걸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아플 때 쉬지 않는 것은 의지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 미련함이었고 나는 걸어가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맞추어가려하는 말로만 가능한 행동을 멈추기로 했다. 이런 내가 크게 불편하거나 크게 안타깝지 않을 걸 안다.
그렇구나라는 말과 함께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말들을 하고 실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며 마음 속으로는 조금의 뿌듯함과 늦은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 실수를 할 것이다. 이름과 '나' 중에 '나'는 괄호 속으로만 들어가버리니 '나'로써 하고 싶은 얘기보단 이름이 만들어낸 분위기로 이야기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사람이 아닌 그 말만을 마음에 담아두고 화를 낼 것이다. 하나씩 고쳐갈 수 없을만큼 굳혀진 것은 굳이 고쳐보고 지나가려 하지 않는다. 하나의 마음을 포기하면 바로 반대편의 마음으로 옮겨가는 것이 그런 것이다. 상처가 아팠다는 이유로 극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로인해 성장할 것이라는 이유로 마음을 방치해두어서는 안 된다. 마음에 구멍이 더 생기기 전엔 소리가 없어서 퍼져나가지 않을만큼 신중한 마음의 말을 해야 했다.
'힘내자(지금은 힘들겠지만 힘내고 싶은 날이 매일이 될 날을 위해서, 그리고 지금의 아픔은 별 게 아니게 될 날을 위해서 힘내보자. 힘내는 게 힘들면 그저 단순히 쉬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