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상담실에서는 후회와 그리움으로 남은 마음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소중함을 말하지 못한 채 보내버린 사랑이 있습니다.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엄마의 빈자리.
‘그때 내가 더 조금만 더 잘할걸...’
“엄마에게 그때 왜 말하지 못했을까요”
지은은 2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이후, 깊은 우울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어머니는 손녀를 돌봐주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살림을 도맡아 해 주셨습니다.
지은은 맞벌이의 바쁜 삶 속에서 엄마께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요. 이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했어요. 늘 당연하게 여겼어요. 퇴근하고 들어가면 지쳤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굴었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늘 지은의 집안일과 손녀의 하루를 함께 지켜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입원하시더니 얼마 안 돼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장례식을 마친 뒤, 지은님은 허망함 속에서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은이 상담에서 처음 꺼낸 말은, “미안해요,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요.” 였습니다.
이는 흔히 애도 과정에서 나타나는 죄책감 기반 애도로서 표현하지 못한 감사와 사랑이 억눌린 채 후회로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는 헌신의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자식 입장에서 그 고마움을 인식했더라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은은 상담 과정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추운 겨울밤, 이불속에서 엄마가 발을 주물러주던 장면과 대학에 붙었을 때 나보다 더 기뻐하던 엄마의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하는 딸을 대신해 기꺼이 아이를 돌보며 무한한 사랑을 주셨던 모습들.
"일 혀라, 요즘 세상은 여자도 일을 해야 된다, 니는 나와는 다르게 살아야 혀."
지은은 상담을 통해 ‘미안해요’라는 말을 ‘많이 사랑했어요’라는 마음으로 전환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의 언어를 되찾는 작업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에 갇혀 있는 지은님의 자책을 내려놓고 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나아가도록 돕습니다.
지은처럼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난 뒤에야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상담실을 찾습니다.
상담에서는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잊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마주 보게 합니다.
후회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무심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