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상담: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by 김은희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가족의 상처와 사랑이 정겹고 감동적입니다.

특히 제주 방언으로 오롯이 담아낸 등장인물들의 말투는 드라마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 안에서 울고 웃는 우리 모두에게 이 드라마는 위로였습니다.

상담은 그 위로의 연장이 되기도 합니다.


금명이와 은명이, 비교 속에 놓인 자녀

"선생님, 금명이가 꼭 저 같았어요. 맏이로서 늘 부담감을 가지고 그렇게 살았거든요."


"선생님, 은명이처럼 저도 어릴 때 늘 오빠와 비교당하면서 자랐어요."


드라마 속의 금명이와 은명이는 오애순과 양관식 부부의 두 자녀입니다.

금명이는 총명하고 부지런하여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맏이입니다.

반면에 은명이는 누나 금명이에 비해 문제를 자주 일으켜서 부모의 속을 썩이는 아이입니다.


문제는 가족 안에서의 비교입니다.

'금명이는 저렇게 잘하는데 넌 왜 그러냐'라는 식의 부모의 반응은 은명이의 자존감을 위축시키고 자신을 열등한 존재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이는 많은 형제, 자매 간의 갈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양상으로 상담 장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은명은 자신이 누나처럼 잘난 자식은 아니더라도 부모님에게 소중한 존재였음을 깨닫습니다.

아버지의 무심한 듯한 사랑, 어머니의 잔소리처럼 들리던 조언 속에서 진심을 발견합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이와 같은 깨달음을 '감정의 재해석'이라 부릅니다.

과거에 받은 상처와 비교의 기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자신을 더욱 온전히 받아들이고 가족과의 관계도 새로운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도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은 바로 막내 동명이, 어린 아들을 잃는 순간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의 충격은 두 부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아빠는 삶의 중심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엄마는 말보다 많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냅니다.

이 드라마는 부모의 슬픔뿐 아니라 깊은 애도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그 곁을 지켜주는 가족들과 이웃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더해지면서, 상실을 지지와 회복의 이야기로 바꾸어 갑니다.


우리 부모님은 왜 저렇지 않았을까?

드라마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입니다.

양관식과 오애순 부부는 헌신적인 부모의 전형으로 그려집니다.

자식들을 위해 일터에서 악착같이 버티고 모든 희생을 감내합니다.

이 모습은 감동이지만,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왜 애순이와 관식이와 같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까요?"


"우리 아버지는 딱! 학씨 아저씨랑 똑같아요."


이러한 감정 표현은 투사적 반응입니다.

다른 가족의 모습을 통해 나의 상처가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불편한 감정은 마음 깊숙한 곳의 욕구와 결핍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상담은 그 마음을 판단 없이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가족'이라는 말 안에 담긴 무게


《폭싹 속았수다》는 다양한 모든 가족들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 부담, 질투, 연민, 사랑, 후회...

이 모든 감정이 한 공간에서 뒤섞이는 곳이 바로 가족입니다.


우리는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싶어 합니다.

미워하면서도 여전히 가족을 걱정합니다.


상담에서는 가족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형성된 감정의 패턴을 들여다봅니다.

그것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탐색합니다.


드라마가 건네는 위로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시청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이야기의 본질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간의 관계, 그 안에 숨어 있는 무수한 감정의 결들이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이유 모를 슬픔, 억울함, 서운함이 떠올랐다면 그것은 당신의 감정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가족 안에서 겪은 상처, 말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이 올라옵니다.

상담은 이런 감정의 결들을 언어로 표현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천천히 해소해 나가는 시간이 됩니다.


가족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길입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