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고수의 절댓값 이론
썸이든 연애든 남녀 관계에서 밀당은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것이죠. 감정으로 이어진 남녀 관계의 밀당에는 절댓값 이론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제껏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밀당에 대한 천기누설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수없이 많은 밀당을 합니다. 밀당이란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태도, 입장 등을 밀고 당기는 행위를 뜻하죠. 밀당은 여러 가지 귀여운 표현들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연인 간에 존중과 배려부터 시작해서 가스 라이팅, 1일 1 지랄 등이 모두 밀당에 포함되며 결국 연애에 모든 행동들이 바로 이 밀당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슨 궤변이냐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우리는 연인에게 존중과 배려를 한답시고 통보가 아닌 의견을 물어보는 행위 등을 하곤 합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행위들을 부정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중과 배려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끔 순수하게 행동하시는 분들은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어떠한 반응을 기대해놓고 자신은 존중과 배려를 한다고 착각합니다.
존중과 배려는 무언가 바라는 순간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항상 무언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통보가 아니라 의견을 묻는 행위도 마찬가지죠.
통보하지 않고 의견을 물어보았으니 상대방이 자신에게 원하는 대답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서운해하거나 섭섭해하죠.
어떤 분들은 기대를 하지 않은 척 연기하거나 자기는 정말 순수하게 존중과 배려를 하는 의미에서 묻는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넌 항상 내가 물어보면 싫다고 하잖아'라는 말을 내뱉곤 하죠.
가스 라이팅은 자신이 상상하고 설정한 기준에서 발현되며 그 하찮은 기준으로 인해 불필요한 자격 지심과 열등감을 느끼면서 시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나 좀 위대하게 여겨달라고!' 징징거리는 어리광이 범죄에 가까운 행위로 변질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일 1 지랄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증명하라는 요구에 가까운 행위이며 연인 사이에 기강(?)을 잡기 위한 용도로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 결국 이렇게 오목조목 따져보면 연애에서 거의 모든 행동은 상대방에게 바라기만 하는 게 잔뜩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밀당이란, 상대방에게 무언가 바랄 때 시전 하는 심리 싸움을 뜻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이처럼 우리가 밀당 인지도 모르고 '자신은 그런 거 하지 않는다!'라고 하며 되려 열정적으로 해오던 밀당들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구성 요소들을 한방에 정리할 수 있는 개념이 있다면 믿으시겠나요?
밀당에는 절댓값 이론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남녀가 감정의 끈으로 이어진 관계, 즉 썸부터 그 상위에 속하는 모든 관계 안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두 사람의 총합이 100에 수렴합니다.
고충, 고민, 섭섭함, 서운함, 화남, 불안함, 초조함 등 내가 50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방도 50을 가지게 되고 내가 30을 가지면 상대방은 70, 내가 80을 가지면 상대방은 20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자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겁니다. 이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남들에 비해 덜 느끼거나 아주 훌륭하게 피해 갈 수 있겠죠.
내가 헤어지고 싶으면 상대방이 나를 붙잡고, 상대방이 헤어지자고 하면 내가 매달리고, 상대방이 불안하고 초조하면 자신은 딴짓하면서 노느라 즐겁고, 상대방이 나가서 즐겁게 놀면 내가 불안하고 초조해서 화가 나고.. 연락 빈도 같은 것도 마찬가지죠.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한 번쯤은 꼭 있으시죠? 이것이 적용이 안 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때는 감정의 끈이 끊어져버린 것이죠.
예외는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특별한 것이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연하게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없으니까요.
결국 자신의 속이 편하면 상대방 속이 불편하고, 자신의 속이 불편하면 상대방 속이 편안해지는 상황이 감정의 끈이 이어진 남녀 관계에서 절댓값 이론에 의해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밀당이라는 가장 큰 개념을 매사에 최대한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우리는 나쁜 의미에서 밀당을 하진 않습니다. 행동 자체가 올바르지 않을 순 있어도 그저 상대방을 힘들게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결국 관계를 자신이 편한 쪽으로 이끌어가고 싶다는 생각일 뿐이죠.
그렇다면 밀당의 범주 안에 들어있는 행동들을 한다는 것은 헤어지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자신이 편하자고 상대방을 '무조건' 불편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인데 이게 얼마나 낭만 없고 치졸한 생각입니까?
자신이 편하면 상대방이 불편해진다니까요? 결국 상대방도 자기만 편하자고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헤어지겠습니다!'라고 하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저는 현재 자신만 편한 경우도 생각을 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현재 자신의 마음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편안하고 상대방과 내가 너무 잘 맞아서 연애가 쉬우신가요? 그렇다면 상대방은 본인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겁니다. 절대 필요 이상으로 편안해지지 마세요.
사랑하면 마음이 불편해야 정상입니다. 서로가 매사에 적당히 편하고 적당히 불편하면 됩니다. 1일 1 지랄을 하는데도 상대방이 견뎌주면 나의 마음이 너무 과하게 편안합니다. 삐- 잘못됐죠?
내가 좀 심했다고 전달하며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통해 본인 스스로 좀 적당히 불편해지세요. 그럼 불편했던 상대방의 마음이 적당히 편해집니다.
친구들이랑 술 먹고 너무 재밌게 놀면서도 너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면 연락을 기다리느라 서운하고 섭섭한 상대방을 떠올리며 적당히 불편해지세요. 그렇게 상대방의 불편한 마음을 본인에게 제발 좀 가져오세요.
치료를 요하지 않는 수준의 귀여운 가스 라이팅을 남발하고 계시는 경우는 지질한데 똑똑하거나 본인 주제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질한데 본인이 좀 똑똑하다고 사랑하는 상대방을 논리적으로만 대하지 마세요. 본인도 번식을 위한 본능적인 성적 충동이 미화된 비논리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논리만 들이미는 것만큼 심각하게 멍청한 짓이 없습니다. 헛똑똑이 티 내지 말고 제발 정신 차리세요.
쓸 때 없이 열등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의 수준을 자신에게 맞춰서 하향 평준화하려고 들지 마세요. 상대방은 본인이 못나고 하찮아도 사랑하기 때문에 만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그렇게 발악을 한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니까 되지도 않은 가스 라이팅은 넣어두시고 자신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노력하세요.
다시 한번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그저 자신이 마냥 편하면 상대방이 불편하다는 것을 제발 인지하세요. 혹시 상대방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면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려고만 득달같이 노력하세요.
그럼 깔끔하게 헤어지게 되거나 반드시 상대방의 마음이 불편해져서 본인에게 잘해줍니다. 자, 이제 밀당 필살기 장착들 하셨죠? 감히 말씀드리는데 악용은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