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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ㆍ책임경영? 산업안전부터 경영진 책임 강화까지


 약 한 세기에 달하는 발전 과정을 거쳐 자본주의를 확립한 서구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빠른 국가주도 경제개발로 수십년 만에 압축적 성장을 이루었다. 성장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거나 놓친 것들도 존재했다.



제공=geoweeknews


압축성장과 산업안전, 그 상관관계


 성장 일변도의 과정 하에 업계 및 우리 사회의 관심에서 가장 벗어나 있던 분야를 꼽자면 노동, 그 중에서도 산업안전이 있겠다. 매년 수많은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2016년 서울메트로의 외주업체 직원인 19세 김모씨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2018년 한국발전기술 소속 24세 남성 김모씨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 10월, 23세 여성 박모씨는 파리바게트 제빵 생산을 담당하는 평택 SPL 공장에서 배합기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해당 세 사고는 모두 외주업체 비정규직 종사자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산업재해 사망만인율(사망자 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은 0.43으로, OECD 38개국 평균인 0.29에 비해 높다. 작년 한 해에만 828명의 사고사망자가 집계되었으며, 재해 유형별로 보면 기본적인 안전수칙 확립과 그 준수로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추락과 끼임 사고가 과반 이상이다. 물론 산업계 내부 안전 제고의 노력이 꾸준히 존재해왔다고 하나, 이러한 현실은 여전히 산업 현장, 특히 소규모 및 하도급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 명확한 허점이 존재함을 드러낸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경영자 책임 강화


 이러한 배경에서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 확대를 통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사업주ㆍ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함을 내용으로 한다. 해당법 제4조에 따라 경영책임자는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준수되고 있는지 등을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준수에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하 세부 경영책임자 점검 사항

①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령 준수 여부 

② 안전보건교육 실시 여부 

③유해·위험 요인 확인·개선 여부 

④ 종사자 의견 수렴 여부

⑤중대재해 발생 시 매뉴얼에 따른 조치여부 

⑥도급·용역·위탁시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여부


 이후, 경영책임자의 범위 및 세부구분 등을 골자로 해당 법의 현실적 적용에 관련해 현재까지도 여러 논의가 오가는 단계이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벌어진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의 기소 및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당법이 의도와 달리 현장 적용 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검토하고, 그 입법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함은 진행중인 과제이다.


 한편, 중재법 시행 기조에 있는 경영자책임강화의 움직임은 금융계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올해 11월, 금융당국은 반복되는 금융권의 내부통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법령 개정을 예고했다. 이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며, 대규모 횡령사고, 이상 외환거래 등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 이사회, 임원 등의 내부통제 최종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대법원 판례로 보는 책임경영 강화의 기조


제공=게티이미지뱅크


 나아가 최근 대법원 판례 기조에서도 준법ㆍ책임경영 기조에서 경영자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을 살필 수 있다. 대표자 및 통제 책임이 있는 이사회 구성원 등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등을 기존보다 강화하여 살핀 획기적 기조가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판결들은 주로 ESG 중 G, 즉 지배구조 부분에서 담합이나 내부거래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더 높은 준법감시의무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산업재해나 중대재해사고 등의 S, 사회 부문의 이슈에도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영진 책임이 확대 적용될 전망이라고 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영진 책임 강화 관련 대법원 판례

2017다22236 : 해당 판결은(2017다222368) 대법원이 ‘기업담합행위에 대표이사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함을 판시한 사례이다. 동국제강-유니온스틸 간의 담합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업무전반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가격담합행위의 높은 위험이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노력을 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한 담합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업무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이다.
2021다279347 :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내외등기이사들도 준법감시의무를 지니기에 이를 게을리하면 주주들에게 배상책임을 진다’는 판결(2021다279347)또한 최근 확정되었다. 대우건설 4대강 사업입찰담합관련감시의무위반사건에 관련하며, 대법원이 사외이사 등에게 '위법행위를 의심할 만한 사정 및 그러한 사정의 외면'이 있다면 감시의무 위반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산업안전 제고에서부터 기업 불법행위에 대한 경영진책임의 강화에 이르기까지 국내 산업계의 준법 및 책임경영 확산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았다. 업계 전반에서 그 양적 성장에 더불어 질적 성장이 필요함에 공감하며 다양한 차원의 노력을 활발히하는 현황이다. 우리 자본시장이 성장의 단계에서 나아가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도록, 앞으로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SHERPA in Yonsei 

문미서(5기)

sher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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