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2

나의 '나와 너'를 찾아 1

by 행복이

땅2


김 문식




당신이 살아계시는 동안 당신 위에 있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고개 떨구고 있을 때


늘 당신 밑에서 당신을 우러러 봐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저는 당신이 정하는 길을 놓아 드리겠습니다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지 않고


당신이 밟으시는 곳마다 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자근자근 밟고 가셔도 좋습니다


아니 힘찬 발걸음으로 가슴을 짓이겨도 좋습니다


당신의 모든 생각과 감정의 무게까지도 가볍게 끌어 안을 것입니다


새까만 분신은 제가 보듬어 뉘어 안전히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어떠한 일그러짐도 제겐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로 보일 뿐입니다


귀한 생명을 갖고 싶으시면 제 가슴을 후벼 파고 씨앗을 놓아두십시오


원하시는 것이 장미든 채소든 그 무엇이든


당신을 위해 싹을 틔워 정성껏 가꾸어 드리겠습니다


간혹 목만 조금 축이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만에 하나, 당신이 더 이상 저를 밟고 길을 나설 수 없고


그림자 하나도 부담스러워 돌보던 생명마저 보실 수 없게 되시면


제가 그제서야 당신 위로 가서 당신을 꼭 품고


부끄러운 하늘 편안히 잊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품을 수 있는 저는 행복한 당신의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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